국민연금을 5년 일찍 받으면 평생 매달 30%가 깎이고, 5년 늦추면 매달 36%가 더 붙는다. 1969년 이후 태어난 사람이 65세에 월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면, 60세에 당기면 70만 원, 70세로 미루면 136만 원이다. 같은 사람의 월 연금이 1.94배까지 벌어진다. ‘받는 돈 2배 차이’라는 말의 근거가 이것이다. 그런데 평생 받는 총액으로 보면 답이 달라진다. 77세 전에 수령이 끝나는 사람은 일찍 받은 쪽이, 84세를 넘기는 사람은 늦춘 쪽이 더 많이 받는다.

이 글은 ‘수익 연재’의 노후 연금 편이다. KBS의 ‘받는 돈 2배 차이’ 방송 영상은 194만 회 조회됐다. 영상 설명에 따르면 연금을 미리 당겨 받는 수급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조기 수령을 실제로 얼마나 택했는지 다룬 지구본 연구소 영상도 60만 회 넘게 조회됐다. 이 글은 국민연금법 원문을 2026년 10월 23일에 확인해, 받는 시기에 따라 월 연금과 평생 총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계산했다. 개인의 연금액은 가입 기간과 소득에 따라 다르므로, 아래 숫자는 비율로 이해하면 된다.
1969년생부터는 65세가 정상, 조기는 60세부터
국민연금법 제61조는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에게 노령연금을 준다. 법 본문에는 60세라고 적혀 있지만, 부칙 제8조가 태어난 해에 따라 지급 나이를 늦춘다. 1953~1956년생은 1세, 1957~1960년생은 2세, 1961~1964년생은 3세, 1965~1968년생은 4세, 1969년 이후 출생자는 5세를 더한다. 그래서 1969년 이후 출생자의 정상 수령 나이는 65세이고, 일찍 받는 조기노령연금은 60세부터, 늦춰 받는 연기는 70세까지 가능하다.
조기노령연금에는 조건이 있다. 제61조 제2항은 ‘소득이 있는 업무’에 종사하지 않아야 조기 연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했다. 시행령 제45조는 이 기준을 사업·근로소득금액의 월평균이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월액(이른바 A값)을 넘는 경우로 정했다. 일하면서 소득이 그만큼 있는 사람은 조기 연금을 받을 수 없고, 받다가 그런 소득이 생기면 제66조에 따라 정상 수령 나이 전까지는 지급이 멈춘다.
1년 당길 때마다 6% 깎이고, 1년 미룰 때마다 7.2% 붙는다
깎이는 비율은 제63조 제2항에 있다. 정상 수령 나이보다 5년 일찍 받으면 원래 연금의 70%, 4년이면 76%, 3년이면 82%, 2년이면 88%, 1년이면 94%를 받는다. 1년에 6%씩 깎이는 셈이고, 법은 청구하는 달에 따라 1개월마다 0.5%씩 더해 주므로 실제로는 달 단위로 계산된다. 예를 들어 60세가 된 뒤 6개월을 기다렸다가 청구하면 70%에 3%(0.5% × 6개월)가 더해져 73%를 받는다.
늘어나는 비율은 제62조에 있다. 지급을 미루면 1개월마다 0.6%, 1년에 7.2%가 붙는다. 최대 5년을 미루면 36%다. 연금의 50~90%만 골라 일부만 미루는 ‘부분 연기’도 가능하다. 미룬 부분에만 가산이 붙는다.
● 직접 계산 (부분 연기, 65세 연금 월 100만 원 중 50%를 5년 연기)
65~70세: 미루지 않은 절반만 받는다 → 월 50만 원
70세 이후: 50만 원 + 50만 원 × 136% = 월 118만 원
전액 정상 수령과 누적이 같아지는 나이: 100 × (t − 65) = 50 × (t − 65) + 68 × (t − 70) → t = 약 83.9세(전액 연기와 같다)
부분 연기는 당장 생활비 일부가 필요하지만 장수 위험에도 대비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중간 선택이다. 전액 연기보다 역전 나이는 같지만, 미루는 금액이 작아 ‘일찍 사망하면 손해’의 크기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 직접 계산 (65세 정상 수령액을 월 100만 원으로 가정)
60세부터(5년 조기): 100만 원 × 70% = 월 70만 원
65세부터(정상): 월 100만 원
70세부터(5년 연기): 100만 원 × (1 + 0.6% × 60개월) = 월 136만 원
월 연금 차이: 136만 ÷ 70만 = 1.94배
중요한 점은 이 비율이 평생 따라간다는 것이다. 조기 연금을 택하면 65세가 지나도 원래 금액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연기 연금도 한 번 늘어난 비율로 평생 받는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물가에 맞춰 금액을 조정하는데, 세 경우 모두 같은 비율로 조정되므로 위의 배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평생 총액은 몇 살까지 사느냐가 가른다
월 연금만 보면 늦추는 쪽이 압도적이지만, 일찍 받는 사람은 그만큼 먼저 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평생 받은 돈을 나이별로 더해 보면 역전되는 지점이 나온다. 아래는 물가 조정을 빼고 단순하게 더한 결과다.
● 직접 계산 (누적 수령액이 같아지는 나이)
조기(60세, 월 70만) = 정상(65세, 월 100만): 70 × (t − 60) = 100 × (t − 65) → t = 약 76.7세(76세 8개월)
조기(60세) = 연기(70세, 월 136만): 70 × (t − 60) = 136 × (t − 70) → t = 약 80.6세(80세 7개월)
정상(65세) = 연기(70세): 100 × (t − 65) = 136 × (t − 70) → t = 약 83.9세(83세 11개월)

표로 보면 흐름이 분명하다. 75세까지는 조기 수령자가 가장 많이 받았다. 80세에는 정상 수령자가 앞서고, 85세가 되면 연기한 사람이 가장 많다. 90세까지 산다면 연기한 사람은 조기 수령자보다 약 7,400만 원을 더 받는다. 반대로 75세 전에 수령이 끝난다면 일찍 받은 쪽이 손해를 덜 본다.
평균 수명을 대 보면 남자는 비기고, 여자는 연기가 앞선다
역전 나이를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나이와 비교해 보자.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2월 발표한 2024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 남자의 기대여명은 23.7년, 여자는 28.4년이다. 60세 남자는 평균 83.7세, 여자는 88.4세까지 산다는 뜻이다. 65세 기대여명은 남자 19.5년, 여자 23.7년으로, 65세까지 산 사람 기준으로는 남자 84.5세, 여자 88.7세다.
● 직접 계산 (역전 나이와 평균 수명 비교)
조기 vs 정상 역전 76.7세 < 60세 남자 평균 83.7세 → 평균적으로 조기는 남녀 모두 덜 받는다
정상 vs 연기 역전 83.9세 ≈ 65세 남자 평균 84.5세 → 남자는 거의 비긴다
정상 vs 연기 역전 83.9세 < 65세 여자 평균 88.7세 → 여자는 평균적으로 연기가 약 4~5년 치 앞선다
이 비교로 보면 ‘조기 수령은 손해’라는 말은 평균적으로 맞다. 60세 남자의 평균 수명(83.7세)이 조기와 정상의 역전 나이(76.7세)보다 7년이나 늦다. 반면 ‘늦출수록 이득’이라는 말은 남자에게는 근거가 약하다. 정상 수령과 연기의 역전 나이(83.9세)가 65세 남자의 평균 수명(84.5세)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여자는 평균 수명이 약 5년 길어서 연기 쪽이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평균은 평균일 뿐이다. 생명표의 기대여명은 2024년의 나이별 사망률이 앞으로도 그대로라고 가정한 값이고, 같은 60세라도 건강 상태에 따라 수명은 크게 다르다. 본인의 건강, 가족력, 당장 쓸 돈이 있는지가 평균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다.
일하면서 받으면 깎이던 연금, 기준이 바뀌었다
정상 수령 나이가 지나서도 일하는 사람이 많다. 이때 소득이 많으면 연금이 깎이는 ‘재직자 감액’ 제도가 있다. 제63조의2는 정상 수령 나이부터 5년 동안 일정 소득이 있으면 연금 일부를 빼고 준다. 2025년 12월 16일 개정된 법은 이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기존에는 평균소득월액을 넘는 초과소득이 조금만 있어도 감액됐지만, 개정 뒤에는 초과소득이 월 200만 원 미만이면 깎지 않는다. 개정 규정은 공포 6개월 뒤인 2026년 6월부터 시행됐고, 2025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소득부터 적용된다.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 감액이 걱정돼 연금을 미루던 사람이라면, 이번 개정으로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초과소득이 월 200만 원 미만이라면 정상 나이에 받으면서 일해도 연금이 깎이지 않는다. 반대로 소득이 그보다 많다면 감액을 피하려고 연기를 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감액액은 연금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

조기 연금이 맞는 사람, 연기가 맞는 사람
조기 연금은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데 다른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맞는다. 퇴직 뒤 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을 대출이나 비싼 비용으로 메워야 한다면, 30% 깎인 연금이라도 일찍 받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가족력상 장수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누적 총액에서도 조기 쪽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연기 연금은 다른 소득이나 자산으로 몇 년을 버틸 수 있고, 오래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맞는다. 늦출수록 월 연금이 커지므로 아주 오래 사는 경우의 생활비 위험을 줄여 준다. 다만 연금이 커지면 연금소득에 붙는 세금과 건강보험료 계산도 함께 달라진다. 연금을 포함한 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은 연재의 월배당 ETF 글에서 계산했다.
결정 전에 확인할 것
첫째, 국민연금공단에서 내 예상 연금액과 정상 수령 나이를 확인한다. 둘째, 정상 나이까지의 생활비를 다른 돈으로 충당할 수 있는지 따진다. 셋째, 일을 계속한다면 초과소득이 월 200만 원 아래인지 확인한다. 넷째, 조기 수령을 고른다면 그 뒤 소득이 생길 때 지급이 멈출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한다. 다섯째, 76세 8개월과 83세 11개월이라는 두 숫자를 놓고 나와 가족의 건강을 솔직하게 대 본다. 국민연금은 한 번 정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다. 영상 제목의 ‘손해’와 ‘이득’은 결국 내가 몇 살까지 받느냐에 달려 있다.
● 이 계산이 다루지 않은 것
물가 조정은 세 경우 모두 같은 비율로 붙는다고 보고 단순히 더했다. 돈의 시간 가치(일찍 받은 돈을 굴려 얻는 이익), 연금소득세, 건강보험료, 부양가족연금액은 넣지 않았다. 조기 수급자 100만 명은 KBS 보도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