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요금 동결의 속사정: 산식은 1년 내내 ‘인하’였는데 +5원이 유지된 이유

10월부터 12월까지 전기요금은 그대로다. 한국전력은 9월 21일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2022년 3분기부터 18분기째 같은 값이라 ‘또 동결’처럼 들린다. 그런데 한전이 분기마다 공개하는 산정내역을 모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3분기까지 1년 동안 연료비 산식은 −12원대에서 −3원대, 곧 요금을 내리라는 값을 냈다. 그때마다 정부가 +5원을 계속 적용하라고 통보했다. 이번 4분기에 처음으로 산식이 +7.3원, 올리라는 값으로 돌아섰고, 상한에 걸려 +5원이 됐다. 같은 +5원이지만 의미는 정반대다.

벽에 달린 전자식 전기 계량기의 초록색 화면에 kWh 숫자가 떠 있고, 옆에 노란 칸이 강조된 전기요금 고지서가 비스듬히 놓여 있다
전기 계량기와 요금 고지서. 연료비조정요금은 쓴 전력량(kWh)에 조정단가를 곱해 매달 고지서에 붙는다. — 그림: AI 생성

이 글은 한전 누리집에 공지된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4분기까지 다섯 차례의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 원문 수치를 모아 다시 계산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석 달 치 연료값으로 정해진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네 가지로 이뤄진다고 뉴스웨이는 정리했다. 이 가운데 연료비조정요금만 분기마다 움직인다. 발전 연료값이 오르면 붙고, 내리면 깎이는 장치다.

2026년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가 실적연료비 549.64원/kg에서 기준연료비를 빼고 변환계수를 곱해 +7.3원/kWh가 되고, 상한에 걸려 +5원이 되는 순서를 단계별로 정리한 그림
그림 1. 2026년 4분기 연료비조정단가가 정해지는 순서 — 자료: 한국전력 「2026년 10~12월분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2026.9.21)

계산은 네 단계다. 먼저 직전 석 달 동안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벙커C유의 세후 수입가격 평균에 연료별 가중치를 곱해 ‘실적연료비’를 낸다. 4분기분은 6~8월 값을 썼고, 결과는 kg당 549.64원이었다. 여기서 ‘기준연료비’를 뺀다. 기준연료비는 2021년 12월~2022년 11월 평균(688.64원)에서 2023년에 미처 반영하지 못한 몫을 차감한 494.63원이다. 차이 55.01원에 전기 1kWh를 만드는 데 드는 연료량(0.1335kg)을 곱하면 필요조정단가 +7.3원이 나온다.

마지막 단계에서 두 가지 장치가 작동한다. 하나는 상하한이다. 조정단가는 kWh당 ±5원을 넘을 수 없어서 +7.3원은 +5원으로 잘린다. 다른 하나는 약관 운영지침이다. 한전 공지는 최종 단가를 “전기공급약관 별표 연료비조정요금 운영지침 2. 4)에 의거” 정한다고 적었다. 정부가 다른 값을 통보하면 그 값을 쓰는 조항이다.

1년 동안 산식은 ‘내려라’, 요금은 +5원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4분기까지 분기별로 산식이 낸 필요조정단가, 상하한을 적용한 값, 실제 적용값을 비교한 막대그래프
그림 2. 연료비조정단가의 산식 계산값과 실제 적용값(원/kWh) — 자료: 한국전력 분기별 산정내역 공지 5건

다섯 분기의 산정내역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2025년 4분기 산식은 −12.1원이었다. 하한에 걸려 −5원이 돼야 했지만 실제로는 +5원이 적용됐다. 2026년 1분기 −13.3원, 2분기 −11.2원도 마찬가지였다. 3분기에는 연료값이 오르면서 −3.4원까지 올라왔지만, 역시 +5원이었다. 네 분기 모두 정부의 통보가 이유였다.

적용 분기 연료값 반영 기간 실적연료비(원/kg) 필요조정단가 실제 적용
2025년 4분기 2025년 6~8월 404.21 −12.1원 +5원
2026년 1분기 2025년 9~11월 395.31 −13.3원 +5원
2026년 2분기 2025년 12월~2026년 2월 410.85 −11.2원 +5원
2026년 3분기 2026년 3~5월 469.03 −3.4원 +5원
2026년 4분기 2026년 6~8월 549.64 +7.3원 +5원

통보 문구도 공지에 그대로 실려 있다. 2026년 2분기 공지는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하여 1분기와 동일하게 +5.0원/kWh를 계속 적용할 것”을 통보하면서 “한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덧붙였다. 연료값이 비쌌던 2022~2023년에 요금에 다 반영하지 못한 몫, 곧 미조정액을 연료값이 내려간 시기에 거둬들인 셈이다. 미조정액이 얼마인지는 공지에 나와 있지 않다.

산식 안에 이미 2023년 몫이 들어 있다

산정내역을 자세히 보면 숨은 장치가 하나 더 있다. 기준연료비 688.64원에서 194.01원을 빼고 494.63원을 쓰는 부분이다. 공지는 이 차감분을 “’23년 기준연료비 미조정단가 잔여분(25.9원/kWh) ÷ 변환계수”라고 설명한다. 2023년에 연료값 상승을 기본 요금에 다 반영하지 못하고 미뤄 둔 몫이 kWh당 25.9원 남아 있다는 뜻이다.

기준연료비를 낮추면 실적연료비와의 차이가 커져 산식 결과가 올라간다. 194.01원 × 0.1335 = 약 25.9원이다. 곧 산식의 필요조정단가에는 매 분기 2023년의 미반영분 25.9원이 이미 더해져 있다. 이 몫을 빼고 원래 기준연료비(688.64원)로 계산하면 결과는 훨씬 낮아진다.

● 원래 기준연료비(688.64원/kg)로 계산했다면

2025년 4분기: (404.21 − 688.64) × 0.1335 = −38.0원

2026년 2분기: (410.85 − 688.64) × 0.1335 = −37.1원

2026년 4분기: (549.64 − 688.64) × 0.1335 = −18.6원

※ 실제 산식은 2023년 미반영분을 반영하려고 기준연료비를 494.63원으로 낮춰 쓴다. 공지된 필요조정단가(−12.1, −11.2, +7.3원)는 이 값에 약 25.9원을 더한 결과다.

정리하면 연료값만 놓고 보면 지난 1년의 실제 연료비는 2022년 기준보다 kWh당 30원 넘게 낮았다. 그중 25.9원은 산식 안에서 2023년 몫을 메우는 데 쓰였고, 남은 몫(−12원대)도 정부 통보로 +5원에 묶였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두 겹으로 미뤄 둔 비용을 갚고 있는 구조다.

산식대로였다면 덜 냈을 돈: 월 300kWh 기준 1년 약 3만 4천 원

이 차이가 집집의 고지서에 얼마나 됐는지 계산해 봤다. 산식에 상하한만 적용한 값과 실제 +5원의 차이에 사용량을 곱하면 된다.

월 300kWh를 쓰는 집이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4분기까지 분기마다 산식대로였다면 덜 냈을 연료비조정요금을 막대로 나타낸 그림
그림 3. 월 300kWh 가구가 산식대로였다면 덜 냈을 연료비조정요금 — 자료: 한국전력 분기별 산정내역으로 직접 계산. 부가가치세 등 제외

● 월 300kWh 가구 (부가가치세·전력산업기반기금 제외)

2025년 4분기: (+5 − (−5)) × 300kWh × 3개월 = 9,000원

2026년 1분기: 10원 × 300 × 3 = 9,000원

2026년 2분기: 10원 × 300 × 3 = 9,000원

2026년 3분기: (+5 − (−3.4)) × 300 × 3 = 7,560원

2026년 4분기: (+5 − (+5)) × 300 × 3 = 0원

1년(2025년 10월~2026년 9월) 합계: 34,560원

자기 집 사용량은 전기요금 고지서의 ‘사용량(kWh)’ 칸이나 한전 누리집·앱의 요금 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름과 겨울에는 사용량이 늘어 같은 단가라도 차액이 커진다. 사용량에 비례하므로 자기 집 값으로 바꿔 넣으면 된다. 월 200kWh라면 1년 약 2만 3천 원, 월 400kWh라면 약 4만 6천 원이다. 고지서에는 여기에 부가가치세 등이 더 붙는다. 큰돈은 아니지만, 산식이 ‘인하’를 가리킨 1년 내내 가구마다 이만큼을 더 낸 것은 사실이다. 그 돈은 한전의 미조정액을 메우는 데 쓰였다.

4분기에 산식이 뒤집힌 이유: LNG값 38% 상승

바다를 낀 넓은 부지에 굴뚝 여러 개와 발전동, 거대한 흰 지붕의 저탄장, 석탄 하역 부두가 늘어선 당진화력발전소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모습
2025년 11월 11일 하늘에서 본 충남 당진화력발전소. 오른쪽 부두에서 석탄을 내리고 흰 지붕 저탄장에 쌓는다. 유연탄 수입가격은 연료비조정단가 계산의 첫 재료다. — 사진: Rik Schuiling / TropCrop-TCS,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산식이 반년 만에 −11원대에서 +7원대로 뒤집힌 것은 연료 수입가격 때문이다. 2026년 2분기 산정에 쓰인 2025년 12월~2026년 2월의 세후 LNG 평균은 kg당 766.25원이었다. 4분기 산정에 쓰인 6~8월 평균은 1,059.08원으로 38% 올랐다. 유연탄도 168.46원에서 211.73원으로 26% 올랐다. 발전 연료의 가중치가 큰 두 연료가 함께 뛰면서 실적연료비가 410.85원에서 549.64원으로 34% 높아졌다. 벙커C유는 가중치(0.0170)가 작아 kg당 가격이 크게 움직여도 실적연료비에 주는 영향이 몇 원에 그친다. 결국 전기요금의 연료비 부분은 유연탄과 LNG 두 가지 값이 거의 정한다고 봐도 된다.

● 실적연료비가 오른 폭 (원/kg, 세후 수입가격 평균 × 환산계수)

2026년 2분기분: 유연탄 168.30 + LNG 231.75 + BC유 10.80 = 410.85

2026년 4분기분: 유연탄 211.53 + LNG 320.32 + BC유 17.80 = 549.64

증가 138.79원/kg 중 LNG 기여 88.57원(64%), 유연탄 기여 43.23원(31%)

18분기 동안 같은 +5원, 세 가지 다른 국면

18분기 연속 +5원이라는 숫자 하나에는 성격이 다른 시기가 겹쳐 있다. 이 글에서 원문을 확인한 다섯 분기만 봐도 그렇다. 2025년 4분기부터 2026년 2분기까지는 산식이 하한(−5원)보다도 낮아, 상하한만 적용했다면 kWh당 10원이 내려갔을 시기다. 2026년 3분기는 산식(−3.4원)이 상하한 안으로 들어왔지만 여전히 인하 방향이었다. 2026년 4분기는 산식(+7.3원)이 상한을 넘어, 상하한 장치가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2.3원 덜어 준 첫 분기다.

같은 숫자가 반복되면 ‘동결’로만 기억되기 쉽다. 그러나 동결의 방향이 달라졌다는 것은 앞으로의 요금 논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지난 1년은 내려야 할 요금을 내리지 않은 시기였고, 앞으로는 올려야 할 요금을 올리지 않는 시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볼 숫자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1년은 산식이 ‘인하’를 가리키는데 +5원을 유지해 한전이 미조정액을 거둬들인 시기였다. 4분기부터는 산식이 상한을 넘는 ‘인상’을 가리키는데 +5원에 묶인다. 같은 +5원이 이번에는 소비자 쪽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만큼 한전의 새 미조정액이 쌓이기 시작할 수 있다.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9~11월 연료 수입가격으로 계산해 12월 하순 공지된다. 그때 볼 것은 세 가지다. 산식의 필요조정단가가 +5원을 계속 넘는지, 정부가 상한을 넘는 인상을 허용하는지, 그리고 기본요금이나 전력량요금 같은 다른 요소의 조정이 함께 나오는지다. 한전 누리집 공지사항의 ‘연료비조정단가 산정내역’은 누구나 볼 수 있어, 다음 분기에도 산식과 실제 값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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