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은 몇 년 쓰면 바꿔야 한다는 법정 기준이 없다. 안전인증(KC)을 받은 뒤 사용 기한을 적을지는 업체 자율이다. 그래서 “몇 년”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상태와 쓰는 방식이다. 위험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소방청 집계로 멀티탭·콘센트·플러그 화재는 2020년 620건에서 2024년 869건으로 40%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들어온 관련 사고의 절반은 10세 미만 어린이에게 일어났다.

10월 7일 올라온 ‘대부분 모르는 멀티탭의 수명’ 영상이 이틀 만에 조회수 111만 회를 넘겼다. 이 글은 국가기술표준원과 국립소방연구원,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9월 함께 낸 안전주의보 자료의 원자료를 다시 계산했다. 영상이 말한 ‘수명’이 공식 기준과 맞는지,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지, 무엇을 확인하면 되는지 순서대로 본다.
멀티탭 ‘수명’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용 기한을 적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경인일보는 2025년 7월 보도에서, 멀티탭은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른 KC 인증을 받으면 그 뒤 노후화 관련 표시는 업체 자율에 맡겨진다고 전했다. 같은 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자체 상품 일부는 1~3년의 사용 기한을 적었지만, 저가 제품과 온라인 제품 대부분은 적지 않았다.
그러니 “멀티탭은 ○년마다 바꿔야 한다”는 말은 공식 기준이 아니다. 제품마다 재료와 용량, 쓰는 환경이 다르다. 하루 종일 온풍기를 꽂아 두는 멀티탭과 휴대폰 충전기 하나만 꽂는 멀티탭이 같은 속도로 낡지는 않는다. 포장이나 설명서에 업체가 적은 기한이 있다면 그것을 따르는 편이 낫고, 없다면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새로 살 때 볼 것은 세 가지다. KC 인증 표시가 있는지, 정격 전류가 몇 암페어(A)인지, 업체가 적은 사용 기한이 있는지다. 경인일보는 최근 업체들이 정격 용량은 제품에 비교적 잘 적고 있지만, 사용 기한은 대부분 적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격이 적혀 있지 않은 제품은 고르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집에 있는 멀티탭에 정격 표시가 지워져 안 보인다면, 그것도 바꿀 때가 됐다는 신호로 보면 된다.
상태를 보는 기준도 아직 표준이 없다. 경인일보 기사에서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피복(전선을 감싼 껍질)의 갈라짐이나 변색처럼 노후화를 판단할 기준을 업체가 표시하도록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지금은 사용자가 스스로 살펴야 한다.
화재는 5년 새 40% 늘었다

화재는 해마다 늘었다. 국가기술표준원 보도자료가 인용한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집계를 보면, 멀티탭·콘센트·플러그 화재는 2020년 620건, 2021년 687건, 2022년 710건, 2023년 834건, 2024년 869건이다. 5년 동안 모두 3,720건이다.
직접 계산해 보면 2024년 869건은 2020년 620건의 1.40배로, 4년 새 40.2% 늘었다. 2024년 한 해를 365일로 나누면 하루에 약 2.4건꼴로 멀티탭이나 콘센트, 플러그에서 불이 난 셈이다. 5년 평균은 한 해 744건이다. 해마다 한 번도 줄지 않고 늘었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두 숫자는 서로 다른 것을 센다. 소방청 집계는 실제로 불이 나 소방이 조사한 ‘화재’ 건수다. 아래에서 볼 한국소비자원 집계는 병원과 소방서, 상담센터로 들어온 ‘사람이 다치거나 다칠 뻔한 사고’ 건수다. 그래서 화재는 한 해 800건이 넘는데 소비자원 사고는 100건 안팎이다. 다친 사람 없이 끝난 불도 많다는 뜻이다.
멀티탭 하나만 떼어 본 숫자도 있다. 경인일보가 전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3년 동안 멀티탭에서 시작된 불은 931건이다. 이 불로 7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으며, 재산 피해는 약 153억 원이다. 기사는 멀티탭 화재 대부분이 낡은 상태에서 일어났다고 전했다.
사고의 절반은 10세 미만 어린이

불까지 번지지 않은 사고도 많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병원·소방서 등 112곳에서 사고 정보를 모으는 시스템)에는 2020~2024년 멀티탭·콘센트·플러그 사고 387건이 들어왔다. 콘센트가 214건, 멀티탭이 158건, 플러그가 15건이다.
멀티탭 사고는 특히 빠르게 늘었다. 2020년 19건이던 것이 2023년 45건, 2024년 53건이 됐다. 4년 사이 2.8배다. 같은 기간 콘센트 사고는 56건에서 43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누가 다쳤는지가 눈에 띈다. 나이가 확인된 239건 가운데 115건(48.1%)이 10세 미만 어린이였다. 특정 해에만 몰린 것도 아니다. 2020년에는 68건 중 33건, 2024년에는 40건 중 16건이 10세 미만이었다. 해마다 다친 사람의 40~50%가 어린아이다. 그다음은 20대(15.1%)와 30대(13.0%)였다. 보도자료에 실린 사례에는 네 살 아이가 멀티탭 구멍에 젓가락을 꽂아 감전되고 손을 덴 일이 있다. 다친 곳은 집이 84.6%로 압도적이었고, 다친 형태는 화상이 48.3%로 가장 많았다.
원인은 전기와 열이다. 감전·누전·합선 같은 전기 문제가 44.7%, 화재·과열이 25.1%였다. 둘을 합치면 69.8%다. 모서리 등에 부딪힌 사고는 16.8%, 제품이 부서진 사고는 8.5%였다.
열 때문에 생긴 사고가 특히 빨리 늘었다. 보도자료의 연도별 표를 보면 화재·과열 사고는 2020년 17건에서 2024년 37건으로 2.2배가 됐다. 같은 기간 모서리에 부딪히는 것 같은 사고는 20건에서 7건으로 줄었다. 사고의 성격이 ‘걸려 넘어지는 일’에서 ‘뜨거워지고 타는 일’로 옮겨 가고 있다는 뜻이다.
멀티탭만 위험한 것도 아니다. 보도자료에 실린 사례를 보면 일곱 살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보일러 콘센트를 꽂다가 튄 불꽃에 손가락을 데었다. 방에서 공부하던 열여덟 살 학생은 콘센트 합선으로 난 연기를 마셔 두통을 앓았다.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자던 서른세 살 남성은 콘센트가 터지며 난 불로 일산화탄소에 중독됐다. 노트북 충전기 플러그를 꽂다가 플러그가 터져 손을 덴 사례도 있다.
계절로는 여름(32.3%)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가을(26.1%)이었다. 보도자료는 냉방기를 많이 쓰는 여름 말고도 가을에 사고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금이 바로 그 가을이다. 세 기관은 낡은 멀티탭이 많은 전통시장과 야외 점포를 찾아가 안전 캠페인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수명 대신 확인할 것: 정격용량

정격용량은 멀티탭이 견디도록 만든 전기의 양이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안전주의보에서 전기제품의 소비전력을 미리 확인하고, 멀티탭의 정격용량을 넘지 않게 쓰라고 당부했다. 정격용량은 와트(W)로 따지며, 전압(V)과 전류(A)를 곱해 구한다. 멀티탭 몸체나 포장에 적힌 ‘정격’ 전류를 보면 된다.
● 직접 계산 (가정용 전압 220V 기준)
- 정격 10A 멀티탭: 220V × 10A = 2,200W까지
- 정격 16A 멀티탭: 220V × 16A = 3,520W까지
- 예시: 소비전력 2,000W짜리 온풍기와 1,500W짜리 드라이어를 함께 꽂으면 3,500W다. 10A 멀티탭은 넘고, 16A 멀티탭도 거의 한계다
- 제품의 소비전력은 제품 뒷면이나 설명서의 ‘소비전력’ 칸에 적혀 있다(예시의 숫자는 가정이다)
충전기는 대개 소비전력이 작지만, 열을 내는 제품은 다르다. 보도자료에 실린 실제 사고 사례를 보면 온풍기와 휴대폰 충전기, 컴퓨터를 함께 꽂은 멀티탭이 터지면서 불꽃과 연기가 났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꽂은 멀티탭에서도, 에어컨을 꽂은 멀티탭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국가기술표준원은 에어컨이나 온열기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제품은 멀티탭이 아니라 벽에 있는 전용 콘센트에 꽂으라고 했다.
멀티탭에 멀티탭을 꽂는 것도 금지다. 두 번째 멀티탭에 꽂은 제품의 전기까지 첫 번째 멀티탭과 벽 콘센트를 지나가기 때문이다. 구멍 수가 늘어난다고 견딜 수 있는 전기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정격을 넘으면 왜 불이 날까. 전선과 꽂는 부분(접점)은 흐르는 전류가 클수록 더 뜨거워진다. 정격은 그 열을 견디도록 정한 한계다. 한계를 넘는 전류가 오래 흐르면 설계보다 많은 열이 쌓이고, 피복이 녹거나 접점이 타면서 합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낡아서 접점이 헐거워진 멀티탭은 같은 전류에도 더 뜨거워지기 쉽다.

이런 상태라면 기한과 상관없이 바꾼다
공식 사용 기한은 없지만, 상태로 판단할 수 있다. 전선 피복이 갈라졌거나 몸체 색이 변했다면 바꾸는 편이 낫다. 경인일보 기사에서 전문가가 노후 판단 기준으로 든 것이 바로 피복 갈라짐과 변색이다. 국가기술표준원도 멀티탭 전선이 휘어지거나 무거운 물건에 눌려 손상되지 않게 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 플러그를 꽂아도 헐겁게 빠지거나, 쓰는 중에 몸체가 뜨거워지거나, 타는 냄새가 나는 멀티탭도 쓰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공식 문서에 적힌 기준은 아니지만, 이런 상태는 접점이 닳았거나 열이 쌓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바꾸는 비용은 몇천 원에서 몇만 원이지만, 3년 동안 멀티탭 화재로 생긴 재산 피해는 153억 원이다.
● 오늘 집에서 확인할 네 가지
- 멀티탭에 적힌 정격 전류(A)를 보고 220을 곱한다. 꽂힌 제품의 소비전력 합이 그보다 작은지 확인한다.
- 온풍기·전기히터·에어컨은 멀티탭에서 빼서 벽 콘센트에 바로 꽂는다.
- 멀티탭에 멀티탭을 연결했다면 하나를 뺀다.
- 아이가 손 닿는 곳의 멀티탭은 안전 덮개가 있는 제품으로 바꾸거나 높은 곳으로 옮긴다.
가을과 겨울은 온풍기와 전기장판을 다시 꺼내는 때다. 멀티탭을 바꿀 때는 ‘몇 년 썼나’보다 ‘무엇을 꽂나’를 먼저 따지고, 정격용량이 넉넉한 제품을 고르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