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법으로 신차 교환이나 환불 ‘판정’을 받은 사람은 100명 중 2명꼴이다. 2019년 1월부터 2026년 7월까지 처리된 중재 3,951건 가운데 교환 35건, 환불 52건, 합쳐 87건(2.2%)이었다. 그런데 같은 자료에서 국토교통부는 구제율을 41.2%라고 했다. 두 숫자는 모두 맞다. 판정까지 가기 전에 제작사와 합의하고 신청을 거둔 사람이 1,529명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레몬법은 판정을 받는 제도라기보다 제작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제도로 쓰이고 있다. 그 협상력도 요건을 정확히 갖췄을 때만 생긴다.

이 숫자는 9월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유상범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로 공개됐다. 10월 6일에는 수입 대형트럭 3사가 중재규정을 아예 수락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글은 두 보도의 숫자를 다시 나눠 계산하고, 자동차관리법과 시행규칙 원문으로 요건과 환불액 계산식을 확인했다. 법령은 2026년 10월 10일 기준 현행본(법 시행 2026년 10월 2일)이다.
2.2%와 41.2%는 같은 3,951건에서 나온다
먼저 숫자를 나눠 본다. 제도 시행 뒤 접수된 중재 신청은 4,132건이다. 이 중 3,951건이 끝났고, 181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끝난 3,951건의 결과는 세 갈래다.

첫째 갈래는 위원회의 공식 판정이다. 교환 35건, 환불 52건, 화해 10건으로 모두 97건이다. 둘째는 중재가 진행되는 동안 소비자와 제작사가 따로 합의하고 신청을 취하한 1,529건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둘을 더해 1,626건을 ‘구제’로 집계했다. 97에 1,529를 더하면 정확히 1,626이 된다. 1,626을 3,951로 나누면 41.2%다.
● 직접 계산
교환·환불 판정 비율: 87 ÷ 3,951 = 2.2%
구제로 집계된 비율: (97 + 1,529) ÷ 3,951 = 1,626 ÷ 3,951 = 41.2%
구제로 집계되지 않은 건: 3,951 − 1,626 = 2,325건(58.8%)
셋째 갈래는 구제로 집계되지 않은 2,325건이다. 처리된 사건의 절반이 넘는다. 이 안에 요건이 안 돼 각하된 사건, 하자가 아니라고 본 사건, 스스로 포기한 사건이 얼마씩인지는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도 나누어 단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덩어리가 가장 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처리가 끝난 사건 열 건 중 여섯 건은 공식 집계상 구제 없이 끝났다는 뜻이다.
유 의원은 판정 비율이 낮은 이유로 까다로운 요건과 서류 중심의 심의를 들었다. 합의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판정까지 가면 결과가 불확실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중간에 제작사가 내놓는 조건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합의 내용이 신차 교환인지, 수리비 보상인지, 연장 보증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41.2%를 “열 명 중 넷이 새 차를 받았다”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요건은 네 겹이고, 하나라도 빠지면 시작도 못 한다
판정 비율이 낮은 첫 번째 이유는 요건이 겹겹이라는 점이다. 자동차관리법 제47조의2 제1항은 아래 조건을 ‘모두’ 갖추라고 정했다.
첫 겹은 계약서다. 교환·환불 보장이 들어간 서면계약으로 산 차여야 한다. 시행규칙 제98조의2는 계약서에 들어갈 내용을 여섯 가지로 정했다. 총 판매가격, 인도 날짜, 교환·환불 보장, 중재규정과 그 수락 사실, 규정을 설명했다는 구매자 서명, 하자재발 통보를 받을 제작사 대표자와 주소다. 특약으로 교환·환불 보장을 빼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둘째 겹은 하자의 정도다. 그 하자 때문에 안전이 우려되거나, 차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떨어지거나, 쓰기 어려워야 한다. 사소한 소음이나 마감 불량은 여기서 걸러질 수 있다.
셋째 겹은 기간과 횟수다. 차를 받은 지 1년 안이어야 하고, 그 사이 주행거리가 2만 km를 넘으면 1년이 지난 것으로 본다. 그 안에 같은 증상의 하자가 반복돼야 한다. 기준은 하자가 생긴 장치에 따라 다르다.
- 중대한 하자: 같은 증상으로 2번 이상 수리했는데 다시 생긴 경우
- 그 밖의 하자: 같은 증상으로 3번 이상 수리했는데 다시 생긴 경우
- 공통: 1번 이상 수리했고 수리 기간을 모두 더해 30일을 넘긴 경우
‘중대한 하자’는 시행규칙 제98조의2 제3항이 정한 아홉 가지 장치에서 생긴 하자다. 원동기와 동력전달장치, 주행장치, 조종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완충장치, 연료장치, 주행과 관련된 전기·전자장치, 차대다.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 핸들, 서스펜션이 여기에 든다. 주행과 관계없는 오디오나 실내 장식 고장은 ‘그 밖의 하자’로 보고 3번 수리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겹은 제작사의 참여다. 법 제47조의4는 제작사가 미리 중재규정을 수락하고, 소유자도 수락해야 중재를 시작한다고 정했다. 제작사가 수락하지 않으면 법에 요건이 있어도 중재 자체가 열리지 않는다. 세계일보가 김종양 의원실 자료로 보도한 내용을 보면, 2026년 8월 기준 만트럭버스코리아, 볼보트럭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그룹이 수락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수락이 의무가 아니어서 제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현대·기아와 벤츠, BMW 등 승용차 제작사는 대부분 수락한 상태라고 같은 기사는 전했다.
빠지기 쉬운 예외도 하나 있다. 여객이나 화물 운수사업자로서 사업용 차를 2대 이상 가진 사람은 처음부터 대상에서 빠진다. 같은 조 제1항 괄호 안에 적혀 있다. 트럭을 여러 대 굴리는 운송업체가 레몬법 밖에 있는 이유다.
놓치기 쉬운 단계: 하자재발 통보서

요건을 다 갖춰도 절차 하나를 빠뜨리면 막힌다. 바로 하자재발 통보다. 법 제47조의2 제2항은 중대한 하자는 1번, 그 밖의 하자는 2번 수리한 뒤 같은 증상이 다시 생기면 그 사실을 제작사에 알리라고 정했다. 방법은 시행규칙 제98조의3이 정한 하자재발 통보서다. 서면이나 전자문서로 낸다.
시점이 중요하다. 중대한 하자를 예로 들면, 처음 고친 뒤 같은 고장이 다시 났을 때가 통보 시점이다. 두 번째 수리를 맡기기 전이다. 그 뒤 두 번째 수리를 했는데도 또 고장이 나면 그때 중재를 신청한다. 통보 없이 수리만 세 번 받았다면 요건을 채운 것처럼 보여도 문제가 된다. 현대자동차의 안내문은 통보하지 않으면 중재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통보서는 차 소유자만 쓸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수리를 어디서 받았는지도 본다. 법은 횟수를 세는 수리를 ‘자동차제작자등’이 한 수리로 정했고, 여기에 제작사에서 수리를 위임받은 곳을 포함했다. 제작사 서비스센터나 지정 협력 정비업체에서 고친 기록이 기본이라는 뜻이다. 동네 정비소에서 고쳤다면 횟수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다. 수리할 때마다 증상, 날짜, 주행거리, 입고와 출고 날짜가 적힌 수리 내역서를 받아 둬야 한다. 누적 수리기간 30일을 계산할 때도 이 날짜가 근거가 된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항도 있다. 제47조의3은 차를 받은 지 1년 안에 발견된 하자는 처음 인도할 때부터 있던 것으로 추정한다. 운전자가 잘못 써서 생긴 고장이 아니라는 것을 소비자가 먼저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신청 기한은 인도일부터 2년이다. 하자 반복은 1년 안에 일어나야 하지만, 신청은 그 뒤 1년 여유가 있다.
환불이면 1만 km마다 판매가의 15분의 1이 빠진다
판정을 받으면 돈은 얼마나 돌려받을까. 시행규칙 제98조의6이 계산식을 정했다. 환불금액은 총 판매가격에 ‘1 − 환불할 때 주행거리 ÷ 15만 km’를 곱하고, 취득세와 번호판 발급 수수료 같은 필수비용을 더한 값이다. 쉽게 말해 15만 km를 차의 수명으로 보고, 탄 만큼 값을 빼는 방식이다.

● 직접 계산
가정: 총 판매가격 5,000만 원, 환불할 때 주행거리 1만 2,000km
환불금액 = 5,000만 원 × (1 − 12,000 ÷ 150,000) + 필수비용
= 5,000만 원 × 0.92 + 필수비용 = 4,600만 원 + 취득세·번호판 수수료
주행거리 때문에 빠지는 돈: 400만 원
1만 km마다 판매가의 1/15(약 6.7%)가 빠진다. 5,000만 원 차면 약 333만 원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계산에 쓰는 주행거리는 ‘환불할 때’의 거리다. 하자가 반복된 시점이 아니다. 중재가 길어지는 동안에도 차를 계속 타면 그만큼 공제가 늘어난다. 주행거리가 2만 km면 667만 원, 3만 km면 1,000만 원이 빠진다. 하자와 상관없는 사고로 차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면 공식 대신 중재부가 금액을 정한다.
교환은 다르다. 법 제47조의6 제1항은 신차로 바꿔 줄 때 제작사가 그동안 탄 이익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지 못하게 했다. 같은 조 제2항은 새 차의 취득세 같은 세금을 처음 차를 살 때 낸 것으로 본다. 주행거리 공제도, 취득세 재납부도 없다. 돈으로만 보면 교환이 유리하다. 다만 같은 차가 단종됐거나 성능 개선으로 같은 품질을 보장할 수 없으면 제작사가 환불을 고를 수 있다(시행규칙 제98조의6 제2항).
판정의 무게도 알아 둘 만하다. 법 제47조의5는 중재 판정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정했다. 판정이 나오면 제작사는 따라야 한다. 판정은 위원 3명으로 꾸린 중재부가 과반수로 정한다(제47조의9). 위원회는 필요하면 성능시험기관에 하자 여부 사실조사를 맡길 수 있고, 기관은 30일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시행규칙 제98조의5).
신청 전에 확인할 다섯 가지
2.2%라는 숫자만 보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반대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신청하면 2,325건 쪽에 들어가기 쉽다. 같은 고장이 두 번째 나면 아래 순서로 점검하는 편이 낫다.
첫째, 계약서를 꺼내 교환·환불 보장 문구와 중재규정 수락 사실이 있는지 본다. 없다면 제작사가 중재규정을 수락했는지 판매사에 묻는다. 둘째, 고장 난 장치가 아홉 가지 중대한 하자 장치에 드는지 확인한다. 그래야 수리 2번 기준인지 3번 기준인지 알 수 있다. 셋째, 수리는 제작사 서비스센터나 지정 협력 업체에서 받고 매번 수리 내역서를 받는다. 넷째, 같은 증상이 다시 나면 다음 수리를 맡기기 전에 하자재발 통보서부터 낸다. 다섯째, 날짜와 주행거리를 기록한다. 1년과 2만 km 중 먼저 오는 쪽이 기준이고, 신청은 인도 2년 안이다.
합의 제안이 오면 무엇을 받는지 글로 남겨 둔다. 신차 교환인지, 수리비나 보상금인지, 보증 연장인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르다. 판정까지 가면 교환은 주행거리 공제 없이, 환불은 위 계산식대로 받는다는 점을 기준선으로 삼으면 된다. 이 기준선을 알고 협상하는 사람과 모르고 협상하는 사람의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볼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10월 국정감사에서 요구된 개선책이다. 유 의원은 전문기관 현장 조사를 의무로 하고 제작사별 결함 통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다른 하나는 중재규정을 수락하지 않은 제작사에 대한 대책이다. 수락이 자율인 한, 그 회사 차를 산 사람에게 레몬법은 없는 제도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