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게 물려받은 논을 이웃에게 맡겨 둔 사람, 몇 년째 밭을 놀리고 있는 사람, 은퇴하면서 농사를 그만둔 사람. 9월 하순 “농지 30%를 팔게 한다”는 영상이 퍼지자 이런 사람들의 걱정이 커졌다. 법 조문과 정부 지침을 따라가 보면 답은 생각보다 좁다.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라도 직접 농사를 짓거나, 60세 이상으로 5년 넘게 직접 지은 뒤 빌려주거나, 농지은행에 맡겨 임대하는 등 법이 허용한 방식이라면 처분 대상이 아니다. 상속받은 농지도 1만㎡(약 3천 평)를 넘는 부분만 문제가 된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처분 통지가 한 통도 나가지 않은 조사 단계다.

이 글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 전수조사 시행지침(2026년 5월)과 7월 30일 진행상황 브리핑, 농지법과 시행령 원문(2026년 9월 18일 시행)을 대조해 정리했다.
누가 조사를 받나: 1996년 이후 산 농지 136만ha
이번 전수조사의 대상은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다. 시행지침에 따르면 1,049만 필지, 136만ha다. 그 전부터 대대로 갖고 있던 농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 조사는 5월에 시작해 5~7월 기본조사, 8~12월 심층조사, 12월 결과 정리 순서로 진행된다.
기본조사는 서류로 한다. 토지대장과 등기부로 누가 소유하는지, 직불금과 농업경영체 등록 정보로 누가 실제 농사를 짓는지, 농지전용허가 이력으로 땅을 어떻게 쓰는지 확인한다. 항공사진도 쓴다. 여기서 서로 맞지 않는 곳이 ‘의심 농지’로 걸러진다.

7월 30일 농식품부 발표로는 기본조사를 마친 농지 가운데 위반이 의심되는 곳이 전체 조사 대상의 27% 수준, 면적으로 약 30만ha였다. 유형별로는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로 가장 많았고, 무단 휴경 의심 11.6%, 불법 전용 의심 9%였다. 한 농지가 여러 유형에 겹쳐 잡힐 수 있어 합계가 27%를 넘는다. 영상에 나온 “30%”는 이 의심 비율에서 온 숫자로 보인다. 하지만 송미령 장관이 뉴스핌 인터뷰에서 말했듯 의심은 “한 번 더 들여다보겠다는 뜻”이지 위반 확정이 아니다.
심층조사는 8월부터 78만ha를 대상으로 현장을 직접 확인한다. 기본조사의 의심 농지에 더해, 시행지침이 ‘필수 심층 대상’으로 정한 9가지 유형이 모두 들어간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지, 서울·인천·경기 농지, 경매로 취득한 농지, 농업법인과 외국인 소유 농지, 최근 10년 안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거나 관외에 살거나 여럿이 공유로 취득한 사람의 농지 등이다.
판단을 가르는 조건 세 가지

첫째는 직접 농사를 짓느냐다. 농지법 제6조는 자기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으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내가 직접 짓고 있다면 원칙에 맞는다. 다만 앞서 말한 필수 심층 대상에 들면 서류상 문제가 없어도 현장 확인은 받는다.
둘째는 남에게 빌려줬다면 그 임대가 법이 허용한 경우냐다. 농지법 제23조는 농지 임대를 원칙적으로 막고 예외를 나열한다. 60세 이상인 사람이 5년 넘게 직접 농사지은 농지를 빌려주는 경우, 질병·징집·취학·선거에 따른 공직 취임 같은 사유로 일시적으로 농사를 못 짓게 된 경우,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를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등에 맡겨 임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밖의 개인 간 임대는 불법 임대차로 본다. 1차 조사에서 가장 많이 걸린 유형이 이것이다.
셋째는 놀리고 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느냐다. 시행령 제9조는 처분의무가 면제되는 사유로 자연재해로 영농이 불가능해진 경우, 농지개량이나 영농 준비를 위한 휴경, 질병이나 취학, 징집, 농산물 생산조정, 연작 피해 예방 등을 든다. 농식품부는 브리핑에서 몸이 불편한 고령 농업인이 불가피하게 휴경한 경우는 계도 대상이라고 밝혔다.
상속과 이농은 따로 본다. 농지법 제7조는 농사를 짓지 않는 상속인이나 농사를 그만둔 이농인이 가질 수 있는 농지를 1만㎡로 제한한다. 시행지침은 농지은행에 위탁한 면적을 빼고도 1만㎡를 넘으면 그 초과 면적에만 처분의무를 매기도록 했다. 상속받은 5천㎡ 논을 이웃에게 맡겨 둔 비농업인이라면 면적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사적인 임대는 제23조의 허용 사유에 들어가는지 따로 따져야 한다. 청와대 비서관은 다음뉴스가 전한 방송에서 상속 농지는 1ha 미만이면 위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 살면서 주말농장용으로 작은 땅을 산 사람도 따져 볼 것이 있다. 제7조 제3항은 주말·체험영농을 하려는 사람이 1천㎡ 미만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했는데, 면적은 세대원 전부가 가진 농지를 합쳐 계산한다. 부부가 각자 800㎡씩 샀다면 합계 1,600㎡로 상한을 넘는다. 또 제10조는 주말·체험영농 목적으로 취득한 농지를 정당한 사유 없이 그 목적에 쓰지 않으면 처분 사유로 본다. 산 뒤 한 번도 가꾸지 않은 ‘투자용 주말농장’이 걸리는 지점이다.
● 판단을 미루는 장치가 있다
시행지침은 농업인인지 확인할 자료가 없으면 일단 ‘비농업인’으로 분류하고, 이의가 있으면 청문 절차에서 소명하게 했다. 서류상 비농업인으로 잡혔더라도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다면 경작 증빙(직불금 수령, 농자재 구입, 판매 기록 등)을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위반으로 확정돼도 곧바로 뺏기지 않는다
설령 위반으로 확정돼도 법이 정한 순서가 길다. 농지법 제10조는 처분 사유가 생기면 1년 안에 처분하도록 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 대상 농지와 기간을 밝혀 통지하게 했다. 시행지침은 이런 행정처분을 심층조사가 끝난 뒤 2027년에 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청와대 비서관이 “2026년도 농지 전수조사로 처분 통지서가 나간 것은 단 한 통도 없다”고 말한 것도 이 일정과 맞는다.

통지를 받고 1년 안에 팔지 않으면 제11조에 따라 6개월 안에 처분하라는 명령이 나올 수 있다. 여기에도 유예 장치가 있다. 제12조는 처분 기간이 지난 뒤라도 그 농지를 직접 경작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와 매도위탁계약을 맺으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할 수 있게 했다. 유예 기간 동안 조건을 지키면 그 처분의무는 없어진 것으로 본다. 늦게라도 직접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땅을 지킬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처분명령까지 따르지 않으면 제63조의 이행강제금이 붙는다. 감정가와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값의 25%를 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해마다 매긴다.
● 이행강제금 예시 (가정)
감정가 1억 2천만 원, 개별공시지가 8천만 원인 농지
높은 값 1억 2천만 원 × 25% = 해마다 3천만 원
4년을 버티면 부과 합계 1억 2천만 원, 땅값과 같아진다. 명령을 이행하면 새 부과는 멈추지만 이미 매긴 금액은 내야 한다.
“팔기 싫으면 안 팔아도 된다”는 말의 범위
청와대 비서관의 이 말은 파이낸셜뉴스 등이 크게 전했다. 정확히 읽으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정부가 농지를 사들여 비축하겠다는 ‘매입’은 자발적으로 팔려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 강제가 아니다. 반면 법이 정한 처분의무는 위반이 확정된 농지에 붙는 의무라서, 해당하면 파는 것 외에 직접 경작이나 매도위탁 같은 다른 방법으로 해소해야 한다. 앞의 말은 뒤의 의무를 없애지 않는다.
가격도 구분해야 한다. 청와대는 “일반 농지는 시세로, 투기 농지는 공시지가로 매입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정책 방침이다. 법에 있는 것은 제11조의 매수 청구다. 처분명령을 받은 소유자가 한국농어촌공사에 사 달라고 청구하면, 공사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사들일 수 있고 인근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낮으면 실거래가로 살 수 있다. 처분명령까지 간 농지라면 시세보다 낮은 값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처분의무가 생겼을 때 고를 수 있는 길을 법 조문 기준으로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방법 | 근거 | 가격·조건 |
|---|---|---|
| 스스로 매도 | 제10조 | 시장 가격. 통지 뒤 1년 안, 세대원이 아닌 사람에게 |
| 직접 경작으로 전환 | 제12조 | 처분명령 3년 유예, 조건을 지키면 처분의무 소멸 |
| 농어촌공사 매도위탁 | 제12조 | 처분명령 3년 유예, 위탁 매각 |
| 농어촌공사 매수 청구 | 제11조 | 처분명령 뒤 가능, 공시지가 기준(실거래가가 낮으면 실거래가) |
| 버티기 | 제63조 | 해마다 감정가·공시지가 중 높은 값의 25% |
가격만 보면 통지 초기에 스스로 파는 쪽이 대개 유리하고, 땅을 지키고 싶다면 직접 경작으로 돌리는 것이 법이 열어 둔 길이다. 매수 청구는 가장 늦은 단계의 출구라 가격 조건이 가장 불리할 수 있다.
흔히 하는 실수와 지금 할 일
가장 흔한 실수는 이웃이나 친척에게 구두로 맡겨 놓고 ‘무상이니 괜찮다’고 여기는 것이다. 제23조는 임대뿐 아니라 무상사용도 같은 조건으로 제한한다. 돈을 받지 않았어도 허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60세 이상 5년 자경 요건에 들지 않는다면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법이 있다. 농식품부 발표로는 특별정비 기간(5월 18일~7월 31일)에 농지은행 임대 수탁이 1년 전보다 80% 늘었다.
두 번째 실수는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처분 절차는 2027년에 시작되지만 청문에서 소명할 자료는 지금 모아 두는 편이 유리하다. 직접 경작한다면 영농 기록과 직불금 수령 내역을, 일시적 휴경이라면 질병 진단서나 재해 확인 자료를, 임대 허용 사유가 있다면 나이와 자경 기간을 입증할 서류를 챙긴다.
확인할 곳은 농지가 있는 시·군·구청의 농지 담당 부서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이다. 내 농지가 심층조사 대상인지, 서류상 어떻게 분류됐는지 먼저 물어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12월에 조사 결과가 정리되고, 2027년 청문과 처분 통지가 이어진다. 그 사이 정부가 예고한 농지법 개정(농업용 시설 사후 추인 등)이 어떻게 나오는지도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