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1일 오전 10시 50분, 경기 파주의 군사분계선(MDL) 바로 남쪽 비무장지대(DMZ)에서 시간차를 두고 두 번의 폭발이 일어났다. 새 수색로를 여는 작전에 투입된 18명 가운데 3명이 다쳤고, 두 번째 폭발에 수색대대장(중령)이 발목을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다. 그 뒤 일주일 동안 영상과 기사 제목에는 세 가지 말이 붙었다. “북한 목함지뢰다”, “DMZ엔 지뢰가 200만 발 있다”, “다 치우려면 수백 년 걸린다”.

9월 28일까지 나온 군 발표와 원자료로 따져 보면, 두 발이 터진 것은 맞지만 ‘북한 목함지뢰’라는 결론은 아직 없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 지뢰로 추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감정과 현장조사를 종합해 밝히겠다며 판단을 미뤘다. ‘200만 발’과 ‘수백 년’은 틀린 숫자는 아니다. 다만 재는 범위와 가정이 제각각인 추정치여서, 어떤 숫자를 인용하느냐에 따라 제거 기간이 200년에서 4천 년 넘게까지 벌어진다.

두 번 터진 것은 맞다, 같은 지뢰였는지는 아직 모른다
판정대체로 사실
시간차를 둔 두 차례 폭발로 3명이 다쳤다. 다만 두 발이 같은 종류였는지는 부상 요원들의 진술이 엇갈려 확인되지 않았다.
뉴스핌에 따르면 첫 폭발에 공병 중사가 쓰러졌고, 두 번째 폭발에 수색대대장이 크게 다쳤다. 투입 인원은 간부 15명과 병사 3명이었다. ‘지뢰 두 발’이라는 말은 폭발 횟수로 보면 맞다.
엇갈리는 것은 종류다. 파이낸셜뉴스가 전한 합참 설명에 따르면 한 요원은 “형상은 북한군의 목함지뢰와 유사하고 재질은 플라스틱”인 물체를 봤다고 했고, 다른 요원은 “또 다른 지뢰 종류로 추정되는 물체”를 봤다고 진술했다. 합참은 진술이 일부 엇갈리는 만큼 추가 현장조사로 가려내겠다고 했다.
‘북한 목함지뢰’라는 판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판정판단 유보
합참은 “북한 지뢰로 추정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지만 결론은 국과수 감정과 현장조사 결과를 본 뒤 내겠다고 했다. 조사단은 아직 폭발 지점에 닿지 못했다.
한국NGO신문에 따르면 합참은 9월 28일 브리핑에서 “형상은 목함지뢰인데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보인다”는 진술을 소개하면서도, 22일 국과수에 감정을 맡긴 결과와 27일 유엔사와 함께한 현장조사 결과를 종합해 설명하겠다고 했다. 지뢰 종류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곧 누가 묻었느냐를 가리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전방에서 거론되는 한국군 지뢰와 북한군 지뢰는 크기와 재질이 꽤 다르다. 뉴스핌이 정리한 제원을 나란히 놓으면 아래와 같다.

한국군 M14는 지름 5.6㎝, 높이 4㎝에 테트릴 약 29g이 든 작은 지뢰다. 북한군 목함지뢰는 나무 상자에 TNT 약 200g을 채운다. 폭약만 놓고 보면 7배 가까이 된다. 몸체가 나무라 금속탐지기에는 사실상 잡히지 않는다. 한 요원의 진술처럼 모양은 목함지뢰인데 재질이 플라스틱이라면, 나무 몸체라는 목함지뢰의 알려진 특징과 어긋난다. 진술만으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대목이다.
11년 전에는 결론이 빨랐다. 2015년 8월 4일 DMZ 수색 작전 중 수색대원 2명이 목함지뢰에 중상을 입었고, 국방부는 엿새 뒤인 8월 10일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라고 발표했다. 두 사건의 조사 과정을 시간순으로 놓으면 차이가 보인다.

2015년 조사단은 세 가지를 근거로 댔다. 첫째는 잔해다. 현장에서 용수철 3개, 공이, 목함 파편 37개를 수거했고 나무에서 강한 송진 냄새가 났다. 둘째는 폭발 위치다. 통문 북쪽에서 2발, 남쪽에서 1발이 터진 것으로 판단했다. 셋째가 결정적이었다. 조사단은 “7월 22일 이전에는 이 지역에 지뢰가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최근에 누군가 묻었다는 뜻이고, 이를 근거로 정전협정 6·7·8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첫 단계인 현장 접근부터 막혀 있다. 26일 선발대 20여 명이 접근로를 살폈고, 27일에는 유엔군사령부 인원을 포함한 40여 명이 합동조사에 나섰지만 미확인 지뢰 위험과 일몰 때문에 폭발 지점 앞에서 물러났다. 잔해 분석은 국과수가 맡고 있다. 또 이번 작전은 기존 수색로가 아니라 새 길을 여는 작전이었다. 2015년처럼 ‘언제까지는 지뢰가 없었다’는 기준을 세울 수 있을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200만 발’은 센 숫자가 아니라 추정이다
판정절반의 사실
민간기구가 추정한 숫자다. 합참의 2016년 추정은 남측 127만 발, 북측 80만 발로 합하면 비슷하지만, 남측 값에는 DMZ 밖인 민통선 지역이 들어 있다.
‘DMZ 지뢰 200만 발’은 흔히 인용되지만 누가 센 숫자는 아니다. 2018년 VOA 한국어 보도에 따르면 이 숫자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의 추정이다. 1㎡당 2.3개꼴로, 매설 밀도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같은 보도는 합참이 2016년 발표한 자료도 전했다. 군사분계선 남쪽, 즉 한국 측 DMZ와 민통선 지역에 약 127만 발, 북한 측 DMZ에 약 80만 발이 묻혀 있다고 추정했다. 둘을 더하면 207만 발로 ‘200만 발’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남측 127만 발에는 DMZ 바깥인 민통선 지역이 섞여 있다. ‘비무장지대 안에만 200만 발’이라고 하면 범위를 넓게 잡은 셈이다.
숫자가 흔들리는 사례는 더 있다. 2016년 경인일보 기획기사는 DMZ에 “100만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썼다. 같은 해 합참 추정과도, 국제지뢰금지운동 추정과도 다르다. 셋 다 10년 가까이 된 추정이고, 그 뒤 공식적으로 갱신된 수치는 찾지 못했다.

‘수백 년’은 무엇을 기준으로 잰 숫자인가
판정절반의 사실
지금까지의 속도라면 수백 년이 넘는다는 말은 맞다. 다만 인용되는 기간마다 대상 범위와 가정이 다르고, 2025년 법 시행으로 제거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자주 인용되는 제거 기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약 200년’이다. VOA 보도 속 전문가들은 한반도 안의 지뢰를 모두 치우려면 전방사단 공병대대를 모두 투입해도 약 200년이 걸린다고 봤다. 다른 하나는 ‘465년’이다. 경인일보는 “한국의 미확인지뢰지대의 지뢰제거에 1조300억여 원, 465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썼다. 여기서 대상은 DMZ 전체가 아니라 전국의 미확인지뢰지대 9,300만㎡다. 같은 기사는 그중 9천여만㎡가 민통선 북쪽에 있다고 했다.
같은 기사는 국방부가 “매년 300발의 지뢰를 제거한다고 주장한 수치상으론” 지뢰 제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도 했다. 이 속도를 합참 추정치에 대 보면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연 300발 속도로 남측 지뢰를 치운다면
합참 추정 남측(DMZ + 민통선) 매설량: 약 127만 발
1,270,000 ÷ 300발/년 = 약 4,233년
같은 속도로 207만 발(남북 합계)이면: 2,070,000 ÷ 300 = 6,900년
※ 2016년 보도에 나온 속도를 단순히 나눈 것이다. 실제 제거는 발 수가 아니라 면적 단위로 진행되고, 속도는 투입 인력과 장비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200년’, ‘465년’, ‘4천 년’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재고 있다. 200년은 한반도 전체를 전방 공병부대 전원이 맡는다는 가정이고, 465년은 전국 미확인지뢰지대라는 좁은 범위의 추산이며, 4천 년은 과거 속도를 그대로 이어 간다는 가정이다. 어느 숫자를 봐도 지금 방식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같다.
속도는 정책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국방부는 2019년 10월 보도자료에서 후방지역 방공기지 주변 지뢰 제거를 3년 앞당겨 2021년 10월까지 끝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2026년 8월 확정된 기본계획에도 후방 방공진지가 대상으로 들어 있어, 2021년 목표가 어디까지 이뤄졌는지는 공개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2025년부터 달라진 것: 법과 5개년 계획
지뢰 제거만 따로 다루는 법이 생긴 것은 최근이다. 법제처 입법예고에 따르면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법률 제20312호)은 2024년 2월 20일 공포돼 2025년 2월 21일 시행됐다. 시행령안은 기본계획을 시행 전년도 10월 30일까지 세우도록 했고, 장비·인력·자본 요건을 갖춘 민간 법인이 탐지·제거를 대행할 수 있게 했다. 땅 주인과 손실보상 협의가 안 되면 토지수용위원회가 재결한다.
이 법에 따른 첫 계획이 2026년 8월 3일 확정된 제1차 지뢰대응활동 기본계획(2027~2031)이다. 대상은 민통선 일대와 후방 방공진지 등 약 200여 곳, 85㎢다. 유엔 국제지뢰대응활동기준(IMAS)에 맞춘 한국형 기준(KMAS)을 올해 안에 만들고, 조사해서 위험이 없는 곳은 지뢰지대 지정을 취소하거나 줄여 먼저 개방한다. 전체 완료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눈여겨볼 점이 있다. 2016년 보도가 465년이 걸린다고 한 전국 미확인지뢰지대는 9,300만㎡, 곧 93㎢였다. 이번 계획의 대상 85㎢와 규모가 비슷하다. 두 범위가 같은 지역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도 ‘465년’이라는 숫자는 이제 새 제도 아래에서 다시 재야 할 숫자가 됐다.
국과수 감정과 재탐색이 답할 두 가지
이번 폭발의 원인은 두 가지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하나는 국과수의 잔해 감정이다. 파편이 나무인지 플라스틱인지, 폭약이 무엇인지가 지뢰 종류를 가른다. 다른 하나는 이번 주 다시 시도하는 정밀 탐색이다. 폭발 지점 주변에서 같은 종류의 지뢰가 더 나오는지, 최근에 묻은 흔적이 있는지가 2015년 조사의 ‘7월 22일’ 같은 기준이 될 수 있다.
그 전까지 ‘북한 목함지뢰’라는 단정은 군도 하지 않은 말이다. 반대로 다른 쪽으로 단정할 근거도 아직 없다. 결론이 나오면 유엔군사령부가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하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길게 보면 2027년이 기준점이다. 1차 기본계획 첫해에 민간 대행이 실제로 몇 곳에서 시작되는지, 한 해에 몇 ㎢를 조사해 개방하는지가 공개되면, 지금 떠도는 ‘수백 년’이라는 숫자를 처음으로 실제 속도로 다시 계산할 수 있다. 전방 지역을 찾는다면 지뢰 경고 표지가 붙은 철조망 안쪽과 표지가 없어도 출입이 통제된 곳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