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 안내를 한 박자 늦게 듣고 출구로 빠져 버렸다. 요금소를 지나 바로 돌아 다시 고속도로에 올라탔는데, 통행료가 두 번 찍혔다. 10월 1일부터는 이런 경우 두 번째 통행료에서 기본요금 900원을 빼 준다. 조건은 다섯 가지다.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의 폐쇄식 요금소에서 잘못 나갔고, 15분 안에, 나간 그 요금소로 다시 들어왔고, 하이패스 같은 전자결제를 썼고, 올해 세 번째 이내여야 한다. 민자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잘못 나갔다면 해당하지 않는다.

이 글은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의 보도자료 원문(2026년 9월 29일 배포)에 적힌 요건과 유의사항을 경우별로 풀었다.
왜 생긴 제도인가: 짧게 나갔다 들어와도 기본요금은 두 번
재정고속도로의 폐쇄식 구간 통행료는 두 부분으로 이뤄진다. 보도자료는 이를 “기본료(폐쇄식 900원/대) + 주행요금(주행거리 × km당 주행요금 단가)”으로 적었다. 주행요금은 달린 거리만큼 붙지만, 기본요금은 고속도로를 한 번 이용할 때마다 붙는다. 국토교통부 고시인 고속도로 통행요금 산정기준은 통행요금을 기본요금과 주행요금으로 나눠 매기는 ‘2부요금제’를 원칙으로 둔다.
기본요금이 무엇의 값인지는 같은 산정기준 제23조에 나온다. 기본요금은 고속도로를 새로 짓고 넓히고 고치는 데 들어간 고정비용을 통행료 받는 기간 동안 회수하도록 정한다. 직전 회계연도에 아직 회수하지 못한 금액을 남은 수납 기간으로 나눠 차 한 대가 한 번 이용할 때 낼 몫을 계산하고, 나머지 비용은 주행요금으로 받는다. 기본요금은 ‘도로를 만든 값’을 이용 횟수로 나눈 셈이라, 이용이 두 번으로 기록되면 두 번 붙는다.
그래서 출구를 잘못 나가면 손해가 생긴다. 잘못 나간 요금소까지의 통행료가 한 번 정산되고, 다시 들어가 목적지에서 나갈 때 새 통행료가 또 정산된다. 달린 거리는 원래와 거의 같아 주행요금은 큰 차이가 없지만, 기본요금 900원은 두 번 낸다. 국토교통부는 이 이중 부담을 피하려고 출구 직전에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다 사고 위험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 출구를 한 번 잘못 나갔을 때 (기호로 정리)
원래 통행료: 기본요금 900원 + 주행요금(입구~목적지 거리)
착오진출 시 첫 정산: 900원 + 주행요금(입구~잘못 나간 요금소)
다시 들어가 둘째 정산: 900원 + 주행요금(그 요금소~목적지)
두 정산의 합 − 원래 통행료 ≒ 기본요금 900원 (램프를 오가는 짧은 거리 차이는 거의 없다)
10월 1일부터: 둘째 정산에서 900원을 빼므로 추가 부담이 사실상 사라진다.
다섯 가지 조건을 차례로 확인한다

첫째, 잘못 나간 요금소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고속도로의 폐쇄식 요금소여야 한다. 폐쇄식은 들어갈 때와 나갈 때를 모두 기록해 달린 거리만큼 받는 방식이다. 민자고속도로 요금소로 나갔다가 같은 요금소로 다시 들어온 경우는 보도자료가 명시적으로 제외했다.
둘째, 나간 그 요금소로 다시 들어와야 한다. 잘못 나간 뒤 근처 다른 나들목으로 돌아 들어가면 해당하지 않는다. 요금소 바로 앞에서 돌아 같은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 조건이다.
셋째, 나간 뒤 15분 안에 다시 들어와야 한다. 요금소 기록으로 판단하는 만큼 일반도로에서 오래 머물면 감면이 사라진다. 출구를 놓친 것을 알았다면 근처 회차로나 교차로에서 바로 돌아오는 편이 낫다.
넷째, 하이패스 같은 전자결제 수단으로 통행료를 낸 차량이어야 한다. 기록을 자동으로 대조해 감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같은 차량으로 올해 세 번까지다. 국토교통부 분석에서 재진입 차량의 약 90.2%가 1년에 세 번 이내로 착오진출했다. 대부분은 한도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감면은 언제 들어오나: 마지막 출구에 따라 다르다
신청은 필요 없다. 다만 하이패스 단말기에서 “감면됐다”는 안내가 따로 나오지는 않는다고 보도자료는 설명한다. 차감 시점은 다시 들어간 뒤 최종적으로 어디로 나가느냐에 따라 갈린다. 재정고속도로 요금소로 나가면 그때 바로 기본요금이 빠진다. 민자고속도로 요금소로 나가면 착오진출인지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려, 약 2주 뒤 다음에 재정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자동으로 차감된다.
2주를 기다리지 않고 직접 돌려받고 싶다면 고속도로 통행료 누리집이나 앱(고속도로 통행료+)에서 환급을 신청할 수 있다. 감면이 제대로 됐는지 궁금하다면 한국도로공사의 통행요금 조회나 하이패스 이용 내역에서 두 번째 통행료가 기본요금만큼 줄었는지 보면 된다.
숫자로 보면: 한 번 900원, 차량당 한 해 최대 2,700원

국토교통부는 이 제도로 한 해 약 750만 건, 68억 원(2025년 기준)의 통행료가 감면될 것으로 봤다. 나눠 보면 건당 약 907원으로, 기본요금 900원과 거의 같다. 숫자가 서로 맞는다는 뜻이다.
● 감면 규모 검산
68억 원 ÷ 750만 건 = 약 907원/건 (기본요금 900원과 일치)
차량당 연간 최대 감면 = 900원 × 3회 = 2,700원
연 3회를 넘는 착오진출 비율 = 100% − 90.2% = 9.8%
한 사람에게는 큰돈이 아니다. 그러나 한 해 750만 번이라는 숫자는 출구를 잘못 나가는 일이 그만큼 흔하다는 뜻이다. 하루 평균으로 2만 건이 넘는다(750만 ÷ 365 ≒ 2만 548). 제도의 진짜 효과는 900원보다, 출구 직전 급하게 끼어드는 차가 줄어드는 데 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출구를 놓쳤을 때 하면 안 되는 일
이번 제도는 반대 상황, 곧 ‘내려야 할 출구를 지나쳤을 때’의 위험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출구를 지나쳤다고 갓길에 서거나 뒤로 가는 운전자가 종종 있다. 도로교통법 제62조는 고속도로에서 횡단, 유턴, 후진을 금지한다. 제64조는 고장 같은 부득이한 사유가 아니면 고속도로에서 정차나 주차를 금지한다. 출구를 놓쳤을 때 법이 허용하는 길은 다음 나들목까지 가서 나간 뒤 돌아오는 것뿐이다.
다음 나들목에서 나갔다가 같은 요금소로 다시 들어와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기록상으로는 ‘나갔다가 15분 안에 같은 요금소로 재진입’이 된다. 보도자료가 정한 요건을 모두 채운다면 감면 판정을 받을 수 있지만, 출구를 지나친 경우까지 감면 대상으로 본다는 설명은 보도자료에 따로 없다. 자주 겪는 일이라면 한국도로공사 고객센터나 통행료 앱의 이용 내역으로 실제 차감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어느 경우든 원칙은 같다. 지나친 출구를 억지로 되찾으려 갓길에 서거나 뒤로 가지 말고, 다음 나들목까지 가서 침착하게 돌아오는 것이 법에 맞고 안전하다. 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기본요금 부담이 이번 제도로 줄어들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 운전자에게는 작지 않은 변화다.
15분과 3회라는 선은 왜 있을까
보도자료는 15분과 연 3회라는 기준을 왜 정했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제도의 이름이 ‘착오진출’이라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실수로 나간 사람은 대개 곧바로 돌아온다. 반대로 일부러 나가 휴게소 대신 시내에서 식사를 하거나 볼일을 보고 다시 들어오는 이용까지 기본요금을 빼 주면, 기본요금을 매기는 원리 자체가 흔들린다. 시간과 횟수 한도는 진짜 실수와 의도적인 이용을 가르는 선으로 읽힌다. 이것은 이 글의 해석이며, 국토교통부가 밝힌 설명은 아니다.
90.2%라는 숫자는 이 선이 대부분의 실수를 감싼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거꾸로 보면 재진입 차량의 약 10분의 1은 한 해에 네 번 이상 같은 일을 겪는다. 출퇴근길처럼 같은 구간을 매일 다니다 반복해서 출구를 헷갈린다면, 감면을 기대하기보다 내비게이션의 차로 안내 설정을 바꾸는 편이 현실적이다.
흔한 실수 세 가지
첫째는 민자고속도로 요금소에서 나갔다가 감면을 기대하는 경우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노선의 요금소는 해당하지 않는다. 자주 다니는 길이 한국도로공사 노선인지 민자 노선인지는 한국도로공사 통행요금 조회에서 구간을 넣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둘째는 일반도로에서 머뭇거리다 15분을 넘기는 경우다. 출구를 놓친 것을 알았다면 주유나 볼일을 함께 보지 말고 바로 돌아오는 것이 감면 조건에 맞다.
셋째는 현금이나 카드로 요금소에서 직접 내는 경우다. 보도자료는 하이패스 등 전자지불수단 이용 차량을 조건으로 적었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다면 이번 감면을 받기 어렵다.
같이 챙길 것: 다자녀가구 주말·공휴일 할인

국토교통부는 같은 보도자료에서 7월 28일부터 시행 중인 다자녀가구 할인도 챙기라고 당부했다. 미성년 자녀가 3명 이상인 가구는 주말·공휴일 재정고속도로 통행료가 20%, 2명이면 10% 할인된다. 2029년 8월 21일까지 3년 동안 한시로 운영한다.
착오진출 감면과 달리 이쪽은 미리 등록해야 한다. 한국도로공사 다자녀가구 할인 신청 누리집에서 등록하거나 영업소를 방문해 신청한다. 등록한 하이패스카드를 단말기에 꽂고, 위치정보 이용에 동의한 부 또는 모가 함께 타야 할인된다. 민자고속도로를 달리거나 민자 구간을 거쳐 가면 적용되지 않는다.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처럼 가족 나들이가 많은 시기라면 출발 전에 등록해 두는 편이 좋다.
할인 폭을 비교하면 두 제도의 성격 차이가 보인다. 착오진출 감면은 실수 한 번에 900원을 돌려주는 정액 제도다. 다자녀 할인은 비율 제도라 멀리 갈수록 커진다. 주말 왕복 통행료가 2만 원인 가족이라면 자녀 3명 기준 20%, 한 번에 4천 원이 줄어든다. 착오진출 감면 한도(연 2,700원)를 한 번의 나들이로 넘는 셈이다.
다음에 볼 숫자는 시행 첫해의 실제 감면 건수다. 국토교통부 추정(연 750만 건)과 실제가 얼마나 맞는지, 그리고 출구 부근 사고가 줄었는지가 제도의 성적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