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온라인 웹샵에서 9,900 FC에 파는 ‘[11강 20%] 11강팩 or BP 상자’를 열면 다섯 번 중 네 번은 게임 화폐(BP) 카드가 나온다. 가장 비싼 ‘UC Top Price 105’ 팩이 나올 확률은 0.3395%다. 그 팩을 열면 다시 105명 가운데 한 명이 나오는데, 기준가 1위 선수의 확률은 0.0000068%다. 두 확률을 곱하면 상자 약 43억 개에 한 번이다. 상자 이름에 붙은 ‘20%’와 ‘Top Price 105’는 여러 단계로 이어진 확률 가운데 첫 단계만 보여 준다.

유튜버 감스트가 9월 26일 올린 「2800만원 현질 레전드」 영상은 이틀 만에 조회수 117만 회를 넘겼다. 영상에서 무엇을 몇 개 열었는지는 이 글에서 따지지 않는다. 대신 넥슨이 법에 따라 공개한 확률표를 직접 내려받아, 같은 돈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계산했다. 확률은 넥슨 확률형 아이템 페이지에 2026년 10월 2일 올라 있던 값이고, 판매·획득 기간은 9월 30일 점검 후부터 10월 29일 점검 전까지다.
상자 이름의 ‘20%’는 첫 단계일 뿐이다

웹샵 상품 페이지는 이 상자를 9,900 FC에 판다. 구성품은 여섯 가지다. 80% 확률로 ‘행운의 BP 카드(350만~700만)’ 50장이 나오고, 나머지 20%가 11강 선수팩 다섯 종으로 나뉜다. PTG 포함 TP800 팩 9.01%, SPT TP75와 26FSL TP32 팩이 각각 4.2073%, 26TOTS TP140 팩 2.2359%, UC TP105 팩 0.3395%다. 이름의 ’11강 20%’는 11강 팩 다섯 종을 모두 더한 값이다. 상자 100개(99만 FC)를 연다고 치면 평균적으로 BP 카드 묶음이 80번, 11강 팩이 20개 나오고, 그 20개 가운데 UC 팩은 0.34개다. 100개를 열어 UC 팩을 한 번이라도 볼 확률은 28.8%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온 팩은 다시 열어야 선수가 된다. 팩 이름의 숫자는 후보 선수의 수다. ‘UC Top Price 105’는 “개봉일 0~1시 사이 기준가” 순위 1위부터 105위까지 가운데 한 명이 나온다는 뜻이다. 105명의 확률이 같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확률 페이지 목록에는 아예 ‘[동일확률]’이라는 말을 이름에 붙인 팩이 따로 있다. 이름에 그 말이 없으면 순위마다 확률이 다르다고 보고 표를 열어 봐야 한다.
‘상위 105명’ 팩을 열면 99.6%는 76~105위다

UC Top Price 105 팩의 확률표에는 105줄이 있다. 기준가 1~5위는 한 명당 0.0000067753278694%다. 순위가 내려갈수록 조금씩 오르다가 75위에서 0.0242%가 된다. 그런데 76위에서 갑자기 2.0416%로 84배 뛴다. 그 아래 96~100위는 한 명당 4.2170%다. 100위 선수가 1위 선수보다 약 62만 배 잘 나온다.
구간으로 묶으면 쏠림이 더 분명하다. 1~60위를 다 더해도 0.036%, 61~75위가 0.33%, 76~105위가 99.64%다. ‘상위 105명 중 한 명’이라는 이름을 듣고 105명이 고르게 나온다고 생각했다면, 실제로는 하위 30명 중 한 명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상자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11강 팩인 ‘PTG 포함 Top Price 800′(9.01%)도 같은 짜임이다. 이 팩의 확률표 800줄을 더해 보면 기준가 1~200위가 나올 확률은 모두 합쳐 0.0016%다. 99.93%는 241~720위에서 나온다. 맨 아래 721~800위도 한 명당 0.0000002%라 거의 나오지 않는다. 확률이 순위를 따라 고르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중하위의 정해진 구간에 몰리도록 짜여 있다.
105명이 정말 같은 확률이었다면 한 명당 1 ÷ 105, 약 0.95%다. 실제 1위 확률 0.0000068%는 그보다 약 14만 배 낮다. 같은 페이지의 ‘PTG 포함 Top Price 500 (9강)’ 팩도 1위가 0.0000213%로, 500명 균등(0.2%)보다 약 9,400배 낮다. 팩 이름 속 숫자로 확률을 어림하면 위쪽 선수의 확률을 몇천 배에서 몇십만 배까지 부풀려 보게 된다.
순위는 매일 바뀐다. 확률표의 항목은 선수 이름이 아니라 “개봉일 0~1시 사이 기준가 TOP n”이다. 오늘 1위였던 선수가 내일은 2위일 수 있다. 웹샵 페이지에는 “특정 개봉 시점에는 기준가 변동으로 선수팩 툴팁 미만 가격의 선수가 획득될 수 있다”는 안내도 붙어 있다.
확률표 머리말에는 단서가 하나 더 있다. “일부 선수가 생성 제한됨에 따라 선수팩의 선수 구성과 확률이 변경될 수 있다”는 문장이다. 판매 기간 한가운데서도 표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시행령은 확률을 바꾸려면 변경 내용과 시점을 미리 게시하도록 했으니, 큰돈을 쓰기 전에는 그날 확률표와 공지사항의 변경 안내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이 글의 표도 10월 2일 기준이다.
두 확률을 곱하면: UC 팩 한 번에 평균 292만 FC

● 직접 계산
- UC 팩이 나올 때까지 평균 상자 수: 1 ÷ 0.3395% ≈ 295개 → 약 292만 FC
- UC 팩을 한 번 이상 볼 확률이 50%가 되는 상자 수: log(0.5) ÷ log(1 − 0.003395) ≈ 204개(202만 FC), 90%는 678개(671만 FC)
- 평균인 295개를 사도 UC 팩이 한 번도 안 나올 확률: (1 − 0.003395)^295 ≈ 36.7%
- 상자 하나에서 UC 팩 속 1위 선수가 나올 확률: 0.3395% × 0.0000067753% ≈ 43억 개에 1번
‘평균 295개’라는 숫자는 295개를 사면 나온다는 약속이 아니다. 매번 확률이 같은 뽑기에서는 평균만큼 사도 세 명 중 한 명 이상이 빈손이다. 평균의 두 배인 590개(584만 1천 FC)를 사도 13.4%, 일곱 명 중 한 명꼴로 UC 팩을 한 번도 보지 못한다. 세 배인 885개에서도 4.9%가 남는다. 반대로 운이 좋으면 몇 개 만에 나온다. 영상에 나오는 결과는 이 넓은 분포의 한 점일 뿐이고, 같은 금액을 쓴 다른 사람의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
2,800만이라는 숫자로도 계산해 봤다. FC 1개를 1원으로 단순 환산하면(충전 보너스나 할인 쿠폰은 넣지 않았다) 이 상자 2,828개를 살 수 있다. UC 팩은 평균 9.6개 나오고, 한 번도 안 나올 확률은 0.0067%로 사실상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9.6개 안에서 기준가 1~10위가 한 번이라도 나올 확률은 0.0017%다. 10만 명이 똑같이 2,828개씩 사면 1.7명꼴이다. 상자에서 80%로 나오는 BP 카드의 값어치는 게임 안의 시세에 따라 달라서, 여기서는 원화로 바꾸지 않았다.
확률을 이렇게까지 공개하는 이유: 법이 정한 것
이 표들은 게임사가 선의로 올린 것이 아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3조 제2항은 게임을 만들거나 서비스하는 회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종류별 공급 확률을 게임 안, 홈페이지, 광고·선전물에 표시하도록 했다. 2023년 3월 신설돼 2024년 3월 22일부터 시행됐다.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제38조 제9항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시행령은 최근 3년 연평균 매출이 1억 원 이하인 중소기업 게임 등 일부만 이 의무에서 뺐다.
흥미롭게도 FC온라인 웹샵 하단에는 지금도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안에 따라 아이템 확률을 공개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법이 생기기 전 업계가 스스로 정한 자율 규제 시절의 표현이다. 지금은 공개 여부를 회사가 고를 수 없다. 자율 규제는 지키지 않아도 법적 책임이 없었지만, 법 조항은 시정명령과 배상 책임으로 이어진다.
표시 방법은 시행령 별표 3의2에 있다. 확률은 백분율로 쓰되, 처음으로 0이 아닌 숫자가 나오는 자리보다 네 자리 이상 아래에서만 반올림할 수 있다. 1위 선수 확률이 ‘0.0000067753278694%’처럼 길게 적힌 이유다. 일정 횟수 이상 사면 확정으로 주는 조건, 판매 수량이나 기간의 한정, 구매에 따라 확률이 바뀌는 구조도 표시 대상이다. 확률을 바꾸려면 변경 내용과 시점을 미리 게시해야 하고, 홈페이지 표는 글자로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
2025년 8월 1일부터는 제33조의2가 더해졌다. 확률을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회사가 배상한다.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은 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이용자가 손해액을 입증하기 매우 어려우면 법원이 상당한 손해액을 정할 수 있고, 고의로 인정되면 손해의 3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신고 및 피해구제 센터를 둘 수 있다는 근거도 같은 조에 생겼다.
● 공개 확률표를 읽는 순서
먼저 상자 이름의 숫자가 몇 번째 단계의 확률인지 본다. 상자에서 팩, 팩에서 선수로 이어지면 각 단계 확률을 곱해야 원하는 결과의 확률 p가 나온다. 1 ÷ p가 평균 개수이고, log(0.1) ÷ log(1 − p)가 90% 확률로 한 번 이상 나오는 개수다. 여기에 한 개 값을 곱하면 예산이 된다. 이름에 ‘동일확률’이 없으면 후보 수로 나눈 값이 아니니 표 맨 위와 맨 아래 확률을 꼭 비교한다. 표와 실제가 다르다고 의심되면 개봉 기록을 남겨 둔다. 배상 소송에서 고의·과실이 없다는 입증은 회사 몫이지만, 이용자의 기록이 출발점이다.
같은 상자를 다음 달에도 팔지는 알 수 없다. 이 글의 숫자는 10월 2일 확률표 기준이다. 새 상자가 나오면 이름의 숫자보다 표의 맨 윗줄 확률을 먼저 확인하고, 위의 두 줄 계산으로 예산을 정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