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일은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에게 금메달 두 개가 나온 날이었다. 근대5종 여자 개인전의 성승민이 한국의 첫 금메달을 땄고(데일리25), 그날 저녁 남자농구 대표팀은 결승에서 개최국 일본을 67대 57로 꺾고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뉴스엔). 두 금메달의 뒷이야기는 다르다. 성승민의 금메달에는 병역 이야기가 따라붙지 않는다. 병역의무는 남성에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남자농구 금메달에는 곧바로 한 가지 질문이 따라붙는다. 이제 대표팀 선수들은 군대에 안 가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면제가 아니다. 조건을 갖춘 선수는 보충역인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고, 34개월 동안 자기 종목 분야에서 복무하면서 공익복무 544시간을 채워야 한다. 조건도 금메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병무청 제도 설명과 법제처 생활법령 원문을 기준으로 흔히 도는 오해 다섯 가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오해 1. 금메달을 따면 군대가 면제된다
판정사실 아님
금메달리스트는 병역이 면제되지 않는다. 보충역인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되어 34개월간 복무한다.
병무청 제도소개에 따르면 예술·체육요원은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하여 군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 하는 제도”다. 근거는 병역법 제33조의7부터 제33조의11, 같은 법 시행령 제68조의11부터 제68조의20이고, 1973년부터 시행됐다.
‘군복무 대신’이라는 표현이 오해를 부른다.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을 뿐 복무 자체는 있다. 생활법령정보는 의무복무기간을 2년 10개월, 즉 34개월로 정하고 편입한 날부터 센다고 설명한다. 군사교육소집 기간도 여기에 포함된다.
34개월은 다른 병역 형태와 비교하면 긴 편이다. 병무청 병역이행안내의 복무기간을 나란히 놓으면 육군·해병대 18개월, 해군 20개월, 공군과 사회복무요원 21개월이다. 예술·체육요원보다 긴 것은 전문연구요원과 대체복무요원(각 36개월)뿐이다.

물론 기간이 길다고 부담이 크다는 뜻은 아니다. 예술·체육요원은 자기 분야 활동을 이어가면서 복무한다. 그림은 ‘면제’라는 말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줄 뿐, 어느 쪽이 더 힘든지를 비교하지 않는다.
오해 2. 아시안게임 메달이면 색깔은 상관없다
판정사실 아님
아시안게임은 1위(금메달)만 해당한다. 올림픽은 3위(동메달) 이상이다.
병무청이 밝힌 체육요원 편입 기준은 두 줄이다.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그리고 아시아경기대회 1위 입상자. 같은 은메달이라도 올림픽이면 대상이 되고 아시안게임이면 대상이 아니다. 동메달도 마찬가지다.
기준은 대회와 순위만 본다. 종목을 가리는 조건은 병무청 기준에 없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라면 e스포츠나 바둑처럼 ‘이것도 스포츠냐’는 논쟁이 붙는 종목의 금메달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병무청이 안내하는 체육요원 복무 분야에 ‘바둑기사 활동’이 따로 들어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기준에 들어 있는 대회도 이 둘뿐이다. 월드컵이나 종목별 세계선수권 우승은 병무청이 제시한 체육 분야 편입 기준에 없다. 예술 분야에는 따로 기준이 있다. 병무청장이 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입상 성적순 2명 이내),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 대회 1위 입상자, 5년 이상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을 마친 사람이 대상이다.
오해 3. 단체전 금메달이면 명단에 오른 선수 모두 혜택을 받는다
판정사실 아님
단체종목은 실제로 경기에 출전한 선수만 편입 대상이다.
야구, 축구처럼 엔트리가 큰 종목일수록 이 조건이 중요해진다. 병무청 제도소개는 단체경기 종목의 경우 “실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고 명시한다. 명단에 이름이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더라도 대회에서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면 대상이 아니다. 이번 남자농구 금메달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대표팀 명단에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대회 기간 코트에 실제로 나섰는지가 기준이다.

여기에 당연하지만 자주 빠지는 조건이 하나 더 있다.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병역의무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미 현역 복무를 마친 선수나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 선수에게는 이 제도가 적용될 일이 없다. 세 조건을 순서대로 놓으면 아래와 같다.

오해 4. 기초군사훈련 몇 주만 받으면 끝이다
판정사실 아님
군사교육소집 뒤에도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에서 복무하고, 특기를 활용한 공익복무 544시간을 채워야 한다.
‘몇 주 훈련이면 끝’이라는 말은 군사교육소집만 떼어 본 설명이다. 병무청 복무관리 안내를 보면 체육요원은 34개월 동안 정해진 분야에서 복무해야 한다. 해당 종목 선수 등록, 대학 체육학과 전공, 학교 체육 지도, 국·공립기관이나 기업 실업팀 소속, 체육단체 지도자 활동 등이다. 자기 종목 분야를 떠나지 않는 것 자체가 복무 조건인 셈이다.
이 목록은 부상이나 은퇴를 걱정하는 선수에게도 의미가 있다. 복무 분야가 선수 등록 하나뿐이라면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끝나는 순간 복무가 막힌다. 실제 목록에는 체육학과 전공, 학교 체육 지도, 지도자 활동이 함께 들어 있어 종목 분야 안에서 다른 길이 열려 있다. 다만 개별 사례가 어느 분야로 인정되는지는 병무청 판단이라 여기서 단정하지 않는다.
여기에 2015년 7월 1일 이후 편입자부터는 공익복무가 의무다. 2014년 12월 병역법 개정으로 생긴 조항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청소년, 미취학 아동 등을 대상으로 공연, 강습, 공익캠페인 같은 활동을 총 544시간 해야 한다.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한 활동만 인정되고, 분기마다 최소 24시간을 채워야 한다.
● 544시간을 달력에 나눠 보면
34개월 ÷ 3 = 약 11.3분기
분기 최소 기준만 지키면: 24시간 × 11.3분기 = 약 272시간 (총량의 절반)
544시간을 기간 안에 채우려면: 544 ÷ 11.3 = 분기당 평균 약 48시간, 한 달에 16시간꼴
계산해 보면 분기 최소 기준 24시간은 말 그대로 바닥선이다. 최소치만 지키면 34개월이 끝났을 때 544시간의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다. 평균적으로는 분기마다 최소 기준의 두 배를 해야 하고, 시즌 중 경기 일정이 몰리는 선수라면 비시즌에 더 많이 몰아서 해야 한다.

오해 5. 편입만 되면 그 뒤로는 제약이 없다
판정사실 아님
의무를 어기면 복무기간이 늘어나고, 사유에 따라 편입이 취소된다. 취소되면 다시 편입할 수 없다.
생활법령정보가 정리한 제재는 단계가 있다. 허위 공익복무 실적을 내거나 무단으로 겸직하는 등 복무 의무를 어기면 경고와 함께 복무가 5일 연장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해당 분야에서 복무하지 않은 날이 있으면 그 일수의 5배만큼 기간이 늘어난다. 사흘을 빠지면 보름이 붙는다. 다만 8일 이상 이탈한 경우는 이 연장 대상에서 빠진다. 가벼워서가 아니라 더 무거운 영역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이탈로 형을 선고받으면 편입 취소 사유가 된다.
더 무거운 경우는 편입 취소다. 국외여행 허가 없이 출국하거나 귀국 명령을 어긴 경우, 금품 수수와 승부조작, 복무 중 금고 이상의 실형 등이 사유로 올라 있다. 병무청 안내에 따르면 공익복무를 채우지 못해 복무기간이 연장된 뒤 1년 안에도 마치지 못하면 역시 편입이 취소된다. 생활법령정보는 이렇게 편입이 취소되면 다시 편입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숫자로 본 체육요원: 한 해 평균 17명, 아시안게임 뒤에 몰린다
그렇다면 실제로 몇 명이 이 제도로 편입될까. 병무청이 공공데이터포털에 공개한 체육요원 연도별 편입 현황을 내려받아 보면 1996년부터 2024년까지 29년 동안 490명이 편입됐다. 한 해 평균 16.9명, 중앙값은 12명이다. 한 명도 없던 해(1998년)도 있다.
해마다 고르게 나오지 않는다. 편입 인원이 20명을 넘은 해는 아홉 번인데, 모두 아시안게임이 열린 해이거나 그 이듬해였다. 1998년 방콕 대회(12월) 이듬해인 1999년 49명, 2002년 부산 대회 이듬해 53명, 2014년 인천 대회가 열린 해와 이듬해 34명과 47명, 2023년 항저우 대회가 열린 해와 이듬해 25명과 32명이다.

반대로 올림픽만 열린 해는 적다. 2000년 3명, 2004년 12명, 2008년 12명, 2012년 13명, 2016년 7명, 2021년 4명이고, 그 이듬해도 2~17명에 그쳤다. 올림픽은 동메달까지 인정하지만 입상 자체가 어렵고, 아시안게임에는 야구·축구처럼 선수단이 큰 단체종목이 들어 있다는 점이 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해석에는 두 가지 단서가 붙는다. 자료는 편입한 해를 기준으로 하므로 대회가 열린 해와 어긋날 수 있다. 그리고 한때 다른 대회에도 특례가 있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 16강 이상, 2006년 WBC 4위 이상 입상자가 대상에 추가됐다가 형평성 논란 끝에 2007년 말 시행령 개정으로 빠졌다. 2003년과 2007년의 수치에는 이 인원이 섞여 있을 수 있다. 2024년에는 파리 올림픽 입상자도 포함된다.
이 단서를 감안해도 흐름은 분명하다. 항저우 대회가 열린 2023년과 이듬해를 합치면 57명, 한 해 평균 28.5명으로 29년 평균(16.9명)의 약 1.7배다. 과거 흐름이 이어진다면 이번 아이치·나고야 대회의 금메달은 2026년 말부터 2027년 사이 편입 인원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를 볼 때 확인할 네 가지
정리하면 아시안게임 중계를 보다가 “이 선수 군 면제냐”는 질문이 떠오를 때 확인할 것은 네 가지다. 금메달인가, 단체종목이면 실제로 뛰었나, 아직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병역의무자인가. 이 셋을 모두 넘은 선수에게 남는 네 번째가 앞으로 34개월과 544시간이다.
그래서 이 제도의 성패는 시상대가 아니라 그 뒤에서 갈린다. 편입된 선수가 자기 분야에 남아 있는지, 공익복무를 실제로 채우는지가 제도가 원래 목적대로 굴러가는지를 보여준다. 금메달 개수보다 편입 인원과 복무 이행 결과가 이 제도를 판단하는 더 정확한 숫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