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 문현동의 한 국유지는 35년 넘게 허가 없이 학교 부지로 쓰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긴 변상금은 49억 9,000만 원, 걷은 돈은 0원이다. 뉴스프라임이 전한 박민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렇게 받지 못하고 시효로 사라진 국유재산 변상금 채권이 2016년부터 2026년 6월까지 3만 2,380건, 1,568억 5,000만 원이다. 국유재산법 원문을 따라 계산해 보면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변상금은 최근 5년분까지만 청구할 수 있고, 청구한 뒤에도 재산을 찾지 못하면 5년 뒤 사라진다. 그 결과 오래 버틴 무단점유자가 허가받고 돈을 낸 사람보다 싸게 땅을 쓰는 구조가 생긴다.

아래 계산은 국유재산법과 같은 법 시행령의 현행 조문(2026년 8월 20일 시행)을 기준으로 했다. 문현동 사례의 세부 산정 내역은 공개되지 않아, 구조를 보여주는 가상 필지로 계산했다.
변상금은 공시지가의 5%에 20%를 얹은 값이다
허가나 계약 없이 나랏땅을 쓰는 사람을 법은 ‘무단점유자’라고 부른다. 국유재산법 제72조는 무단점유자에게 그 재산의 사용료나 대부료의 120%를 변상금으로 받도록 정했다. 정식으로 빌린 사람이 내는 돈에 20%를 더 얹는 셈이다.
사용료는 시행령 제29조가 정한다. 연간 사용료는 재산가액에 1천분의 50, 곧 5% 이상의 요율을 곱한 금액이다. 땅의 재산가액은 개별공시지가로 따진다. 농사를 짓는 경우 1%, 주거용 2%, 행정 목적 2.5%처럼 낮은 요율을 쓰는 예외가 있지만, 기본은 5%다. 시행령 제71조는 점유 기간이 한 해를 넘으면 연도별로 계산해 더하라고 한다.
● 변상금 계산식
1년 변상금 = 개별공시지가 × 면적 × 요율(기본 5%) × 1.2
예) 공시지가 합계 100억 원인 땅: 100억 × 5% × 1.2 = 연 6억 원
같은 땅을 대부계약으로 빌리면: 100억 × 5% = 연 5억 원
납부기한을 넘기면 연체료가 붙는다. 시행령 제72조는 연체 1개월 미만 연 7%에서 6개월 이상 연 10%까지 올라가게 했다. 다만 법 제73조는 연체료를 매길 수 있는 기간을 납기일부터 60개월로 묶어 두었다. 5년이 지나면 연체료도 더 늘지 않는다.
● 연체료는 최대 얼마까지 붙나
첫 1개월 연 7% + 다음 2개월 연 8% + 다음 3개월 연 9% + 나머지 54개월 연 10%
= 0.07×1/12 + 0.08×2/12 + 0.09×3/12 + 0.10×54/12 ≒ 원금의 49%
(전 기간에 연 10%를 적용하는 방식이면 10% × 5년 = 50%)
변상금 30억 원이라면 연체료는 60개월 동안 최대 약 15억 원이다.
정리하면 무단점유자가 끝까지 내지 않았을 때 국가가 받을 수 있는 돈의 상한은 ‘최근 5년분 변상금 + 그 절반가량의 연체료’다. 그리고 이 돈도 받아 내지 못하면 시효가 다시 문제가 된다.
35년을 써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최근 5년분이다
변상금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은 제73조의3이다. 이 법에 따라 돈을 받을 국가의 권리는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사라진다. 조문대로라면 캠코가 무단점유를 발견하고 변상금을 매기는 시점에서 5년이 지난 해의 변상금은 이미 청구할 수 없다.

앞의 가상 필지로 계산하면 차이가 선명하다. 35년을 무단으로 썼다면 원래 쌓였을 변상금은 연 6억 원씩 21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최근 5년분 30억 원이고, 나머지 30년분 180억 원은 시효로 사라진다. 실제로는 공시지가가 해마다 바뀌어 금액이 달라지지만, 5년이라는 벽은 같다.
시효는 부과한 뒤에도 다시 걸린다. 같은 조 제2항은 납부고지, 독촉, 교부청구, 압류가 있으면 시효가 멈춘다고 정했다. 멈춘 시효는 납입기간 같은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 다시 흐른다. 결국 끝까지 받아 내려면 압류할 재산을 찾아야 한다. 캠코는 뉴스프라임에 “금융기관을 통해 체납자의 금융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법 제73조 제2항이 국세징수법의 강제징수 규정을 끌어다 쓰게 했지만, 압류할 재산을 찾는 수단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버틴 쪽이 허가받은 쪽보다 싸게 쓴다
같은 땅을 5년 쓴다고 할 때, 세 사람의 부담을 비교해 봤다. 첫째는 캠코와 대부계약을 맺고 정식으로 빌린 사람, 둘째는 무단으로 쓰다가 변상금을 모두 낸 사람, 셋째는 무단으로 쓰고 재산이 드러나지 않아 채권이 시효로 사라진 사람이다.

● 5년 부담 비교 (재산가액 100억 원 가정)
대부계약: 100억 × 5% × 5년 = 25억 원
무단점유, 전액 징수: 100억 × 5% × 1.2 × 5년 = 30억 원 (+연체료)
무단점유, 시효 소멸: 0원
변상금의 20% 가산은 무단점유를 막는 벌칙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벌칙은 돈을 받아 냈을 때만 작동한다. 징수 가능성이 낮아지면 무단점유자의 기대 부담은 합법 사용자보다 낮아진다. 예를 들어 변상금을 받아 낼 확률이 80%라면 무단점유자의 기대 부담은 30억 × 0.8 = 24억 원으로, 대부계약 25억 원보다 적다. 받아 낼 확률이 83%에 못 미치면 버티는 쪽이 계산상 유리해지는 셈이다. 게다가 35년 가운데 30년분은 처음부터 청구 대상이 아니었다.
이 계산은 무단점유자가 처음부터 들킬 것을 알고 버틴다는 가정이다. 실제 무단점유는 경계를 몰라서 생긴 경우가 많다. 한국경제가 전한 캠코 조사에서 2026년 1월 기준 무단점유 2만 6,458건 가운데 절반 넘게가 대구·경북(25.9%), 전남·광주(19.7%), 전북(12.4%)에 몰렸고, 주로 논밭을 경작하는 경우였다. 이런 곳은 경작 요율 1%가 적용돼 금액도 작다.
돈을 못 받으면 땅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나
변상금 말고도 국가가 쓸 수 있는 수단은 있다. 국유재산법 제74조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국유재산을 점유하거나 시설물을 설치하면 행정대집행법을 준용해 철거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 돈을 받지 못하더라도 땅을 되찾을 길은 법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교처럼 사람이 매일 쓰는 시설에는 이 수단을 쓰기 어렵다. 운동장이나 교사 일부를 철거하면 피해는 점유한 법인보다 학생에게 먼저 간다. 그래서 현실적인 선택지는 대부계약으로 바꿔 사용료를 받거나, 땅을 점유자에게 파는 것이다. 제18조는 국가 외의 자가 국유지에 건물 같은 영구시설물을 짓지 못하게 하면서도, 초·중·고교가 교육부 장관 승인을 받아 학교시설을 증축·개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었다. 학교와 국유지가 얽히는 일이 드물지 않다는 것을 법이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어느 쪽이든 점유자가 협상에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변상금을 내지 않아도 시효로 사라지는 구조에서는 대부계약을 맺을 동기가 약하다. 계약을 맺는 순간부터 매년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징수가 약하면 철거도, 계약 전환도 함께 약해진다.
모르고 썼다면 변상금을 안 낼 수도 있다
모든 무단점유가 같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제72조 제1항 단서는 두 경우에 변상금을 받지 않는다고 정했다. 하나는 등기부 같은 공적 장부의 명의인을 정당한 소유자로 믿고 제값을 치르고 산 땅이 나중에 국유재산으로 밝혀진 경우다. 상속인이나 그 땅을 넘겨받은 사람도 포함된다. 다른 하나는 재해 대책 같은 불가피한 사유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일정 기간 쓰게 한 경우다.
이 조항은 선의의 매수자를 보호한다. 반대로 담장이나 밭 경계가 국유지로 조금 넘어간 것을 모르고 써 온 경우는 이 예외에 들지 않는다. 경계를 몰랐다는 사정은 제72조 제2항의 징수 유예나 분납을 신청할 때 고려 요소가 된다. 캠코에서 변상금 고지를 받았다면 분납 신청 기한(납부기한 다음 날부터 1년, 시행령 제71조 제4항)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캠코 자료를 두 기간으로 나눠 보면 추세가 보인다. 2016년부터 2026년 6월까지 소멸한 1,568억 5,000만 원 가운데 최근 3년 6개월(2023년~2026년 6월)이 719억 9,000만 원, 45.9%를 차지했다. 나머지 848억 6,000만 원이 앞선 7년분이다.

● 연평균으로 바꾸면
2016~2022년: 848.6억 원 ÷ 7년 = 연 121.2억 원
2023~2026년 6월: 719.9억 원 ÷ 3.5년 = 연 205.7억 원 (1.7배)
전체 건당 평균: 1,568.5억 원 ÷ 3만 2,380건 = 약 484만 원
건당 평균이 484만 원이라는 것은 사라진 채권 대부분이 소액이라는 뜻이다. 문현동처럼 49억 원이 넘는 한 건은 평균의 1,000배가 넘는다. 소액 경작지 무단점유와 도심의 고액 장기 점유는 같은 제도 안에 있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 소액 건은 경계를 몰랐던 농민에게 대부계약으로 전환하는 것이 해법이고, 한국경제 보도에서도 조치가 끝난 건의 55.8%가 대부계약이었다. 고액 건은 재산 추적이 핵심이다.
앞으로 볼 것은 재산 추적 수단과 5년의 벽
법에는 무단점유자의 사정을 봐주는 장치도 있다. 제72조 제2항은 점유 경위와 경제 사정을 고려해 5년 범위에서 징수를 미루거나 나눠 내게 할 수 있게 했고, 시행령은 50만 원이 넘으면 3년 안에 나눠 낼 수 있게 했다. 나눠 내는 동안에는 시효도 흐르지 않는다. 형편이 어려운 점유자에게는 분납이, 버티는 점유자에게는 재산 추적이 답이라는 구분이 필요하다.
박민규 의원은 고액·장기 체납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재산추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감사 뒤 국유재산법에 금융재산 조회 근거가 들어가는지, 캠코가 문현동 같은 고액 건에서 시효를 멈추고 압류까지 가는지가 이 문제의 다음 장면이다. 국유지 옆 땅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적도로 경계를 확인하고, 걸쳐 있다면 먼저 대부계약을 문의하는 편이 변상금 20% 가산과 연체료를 피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