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한다던 집주인 3,079만 원 배상, 전세 판결 2건이 세입자 돈에 미치는 영향

“내가 직접 살겠다”며 세입자의 전세 갱신 요구를 거절한 집주인이, 2년이 지나기 전에 보증금을 1억 6천만 원 올려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줬다가 약 3,079만 원을 물어주게 됐다. 대법원이 2026년 10월 이 판결을 확정했다. 그보다 열흘 앞서 의정부지방법원은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새 집 계약금 1,500만 원을 날리자, 그 돈도 집주인이 갚으라고 판결했다. 두 판결 모두 새 법이 아니라 이미 있는 법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다음 세입자 보증금을 받아서 돌려준다’는 오랜 관행이 법정에서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이 정한 공식으로 보면, 보증금 5억 원짜리 집이라면 세입자는 최소 62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바위산 아래 흰색과 회색의 고층 아파트 두세 동이 서 있고, 앞쪽에 붉은 벽돌 건물과 연둣빛 나무가 보인다
서울 서대문구 인왕산 아래의 아파트(2023년 4월). 대법원 판결 사건도 서대문구 아파트의 전세 계약에서 시작됐다. — 사진: MonasteryInwang, CC BY-SA 4.0, 위키미디어 공용

이 글은 ‘수익 연재’의 보증금 편이다. “이제 전세 다 사라질 것”이라는 부동산 방송 영상은 165만 회 조회됐고, 영상 설명에는 “전세 주지 말라는 판결 나왔다”는 문구가 있다. 실거주 갱신 거절 집주인의 배상을 다룬 영상도 39만 회를 넘었다. 같은 시기 알려진 판결 두 건을 보도 내용과 주택임대차보호법·민법 원문(2026년 10월 23일 확인)으로 정리하고,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을 계산했다.

임대차 판결 2건 비교. 실거주한다며 갱신을 거절한 뒤 재임대한 사건은 서대문구 아파트 보증금 6억 6천만 원, 2년 안에 8억 2천만 원에 재임대,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약 3,079만 원 배상 확정. 보증금 반환 지연 사건은 고양시 다가구주택 보증금 1억 6천만 원, 새 집 계약금 1,500만 원 손실, 의정부지법 항소심에서 1,500만 원 배상
그림 1. 2026년 9~10월 알려진 임대차 판결 2건 — 자료: 머니투데이(2026.10.12), 재경일보(의정부지법 2025나202407 보도), 주택임대차보호법, 민법

판결 1: “직접 살겠다”던 집주인이 2년 안에 세를 주면 배상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세입자는 2020년 9월부터 2년 동안 서울 서대문구의 아파트에 보증금 6억 6천만 원으로 살았다. 2022년 5월 계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집주인은 직접 살겠다며 거절했다. 집주인은 실제로 전입해 한동안 살았지만, 2024년 2월 다른 사람과 보증금 8억 2천만 원에 2년 계약을 맺었다. 세입자가 갱신했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간(2024년 9월까지)이 끝나기 전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은 세입자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면 집주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게 한다. 집주인이나 그 부모·자녀가 직접 살려는 경우는 거절할 수 있다(제1항 제8호). 대신 같은 조 제5항은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해 놓고, 갱신됐더라면 끝났을 기간이 지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하면 세입자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쟁점은 ‘정당한 사유’였다. 집주인은 자기가 가진 다른 집 여섯 곳의 세입자가 한꺼번에 보증금을 돌려 달라고 해서 돈을 마련하려고 어쩔 수 없이 세를 줬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2심은 달랐다. 그 여섯 건의 반환 채무는 갱신을 거절할 때 이미 있었고 언제 돌려줘야 하는지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세를 준 것은 돈을 마련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를 고른 것일 뿐이라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1심과 2심이 갈린 지점은 ‘예측할 수 있었느냐’였다. 갱신을 거절할 때 이미 알 수 있었던 사정은 나중에 재임대의 정당한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 판결의 요지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내세우려면 그 뒤 2년의 자금 계획까지 세워 둬야 한다는 뜻이다.

법이 정한 배상액 공식: 셋 가운데 큰 금액

배상액은 제6조의3 제6항이 정한다. 미리 합의한 금액이 없다면 다음 셋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첫째, 거절할 당시 월세의 3개월분. 둘째, 집주인이 새 세입자에게서 받는 월세와 거절 당시 월세의 차이를 2년치로 계산한 금액. 셋째, 세입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 전세처럼 보증금만 있는 경우에는 보증금을 월세로 바꾼 ‘환산월차임’을 쓴다.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는 비율은 제7조의2와 시행령 제9조가 정한다.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 연 2%’ 가운데 낮은 쪽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6년 9월 3.0%이므로 지금 전환율은 연 5%다.

● 직접 계산 (전환율 연 5%, 보증금 5억 원 → 2년 안에 6억 원으로 재임대)

① 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3개월분: 5억 원 × 5% ÷ 12 × 3 = 625만 원
② 차액 2년분: (6억 − 5억) × 5% ÷ 12 × 24 = 1,000만 원
③ 실제 손해(이사비, 중개수수료, 늘어난 주거비 등): 사건마다 다름
→ 세 금액 중 큰 금액. ③이 1,000만 원보다 작으면 1,000만 원

실거주 갱신 거절 후 2년 안에 재임대한 경우 법정 배상액(전환율 연 5%). 5억 원을 그대로 재임대하면 625만 원, 3억 원을 3억 5천만 원에 재임대하면 500만 원, 5억 원을 6억 원에 재임대하면 1,000만 원, 6억 6천만 원을 8억 2천만 원에 재임대하면 1,600만 원
그림 2. 보증금별 법정 최소 배상액(직접 계산) — 자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6항, 제7조의2, 시행령 제9조, 한국은행 기준금리

눈여겨볼 점은 보증금을 한 푼도 올리지 않고 재임대해도 ①의 3개월분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 5억 원이면 625만 원이다. 대법원 사건의 숫자(6억 6천만 원 → 8억 2천만 원)를 지금 전환율 5%로 넣으면 ②는 1,600만 원이다. 보도된 배상액 약 3,079만 원은 이보다 크다. 거절 당시(2022년 5월 기준금리 1.75%)와 재임대 당시(2024년 2월 3.5%)의 전환율이 다르고, 셋째 기준인 실제 손해도 있으므로 법원이 어떤 방식으로 계산했는지는 판결문을 봐야 알 수 있다. 보도에는 산정 근거가 나오지 않았다.

판결 2: 보증금이 늦으면 새 집 계약금 손해까지

재경일보 보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민사4-3부는 2026년 10월 2일 이런 사건을 판결했다(2025나202407). 세입자는 경기 고양시 다가구주택에 보증금 1억 6천만 원으로 살다가 2024년 7월 만료를 앞두고 갱신하지 않겠다고 알렸다. 그리고 2024년 8월 보증금 2억 2천만 원짜리 새 집을 계약하며 계약금 2,200만 원을 냈다. 그런데 집주인이 다음 세입자를 구하지 못했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고, 세입자는 새 집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이 깨졌다. 계약금 가운데 700만 원만 돌려받아 1,500만 원을 잃었다.

1심은 보증금 반환만 인정하고 계약금 손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은 이를 뒤집었다. 핵심은 민법 제393조다. 제1항은 손해배상을 원칙적으로 ‘통상의 손해’로 제한하고, 제2항은 특별한 사정으로 생긴 손해도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배상하게 한다. 재판부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새 계약과 계약금 지급을 알고 있었고, 보증금을 주지 않으면 계약금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봤다. 그리고 보증금 반환 의무가 새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은 뒤로 미뤄진다고 볼 수 없으며, 그런 관행이 있어도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 직접 계산 (보증금 1억 6천만 원이 늦어질 때 집주인이 지는 돈)

통상의 손해: 늦어진 기간의 법정이자 연 5%(민법 제379조) → 한 달 늦으면 1억 6천만 × 5% ÷ 12 = 약 66만 7천 원
특별손해(이 사건): 날린 새 집 계약금 1,500만 원 → 이자의 약 22개월분과 같은 크기

이 계산은 왜 이 판결이 집주인에게 무거운지 보여 준다. 보증금이 한두 달 늦을 때 원래 집주인이 지는 돈은 이자 수십만 원 수준이다. 그런데 세입자의 새 계약을 알고 있었다면 계약금이라는 훨씬 큰 손해까지 책임질 수 있다.

‘전세가 사라진다’는 말은 과장이다

두 판결이 새 의무를 만든 것은 아니다. 실거주 갱신 거절 뒤 재임대에 대한 배상은 이미 제6조의3 제5항에 있고, 특별손해 규정은 민법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달라진 것은 ‘다른 집 보증금을 돌려줘야 했다’, ‘다음 세입자를 못 구했다’는 사정이 집주인의 면책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증금을 다음 세입자 돈으로 돌려막는 집주인에게는 부담이 커졌다. 반대로 반환할 돈을 따로 마련해 둔 집주인에게는 달라질 것이 거의 없다. 판결 하나로 전세 제도 자체가 없어진다는 말은 근거가 약하다.

갱신 거절당한 세입자는 재임대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세입자가 이사를 나간 뒤 그 집이 다시 임대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법에 방법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6 제3항은 ‘주택의 임대차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확정일자를 부여하는 기관(주민센터 등)에 그 집의 확정일자 부여일, 차임, 보증금 같은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하고, 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 시행령 제5조 제5호는 이 이해관계인에 ‘실거주 사유로 계약의 갱신이 거절된 임대차계약의 임차인이었던 자’를 명시했다. 새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언제, 얼마에 계약했는지가 남는다. 배상액 공식의 ②를 계산할 재임대 보증금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갱신요구권이 지켜 주는 돈은 얼마인가

애초에 세입자가 갱신을 원하는 이유는 돈이다. 갱신하면 보증금 인상이 5% 안으로 묶이지만, 새로 계약하면 시세대로 올려 줘야 한다.

● 직접 계산 (보증금 5억 원, 주변 시세가 6억 원으로 오른 경우)

갱신하면: 최대 5억 2,500만 원(5% 상한, 제7조 제2항)
새로 구하면: 6억 원 → 7,500만 원을 더 마련해야 한다
7,500만 원을 전환율 5%로 바꾸면: 1년에 375만 원, 2년이면 750만 원어치 주거비 차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당하면 세입자는 이 차이를 고스란히 떠안는다. 법이 집주인의 거짓 실거주에 배상 책임을 지운 이유다. 대법원 사건처럼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일수록 이 차이와 배상액이 함께 커진다.

세입자가 지금 할 일

세입자가 판결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 만료 6개월~2개월 전에 갱신을 요구하고 거절 사유는 기록으로 받는다, 실거주라던 집이 2년 안에 다시 임대되면 배상 청구 대상, 이사 갈 집의 계약금·잔금일을 집주인에게 서면으로 알린다, 보증금을 못 받으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법정이자 연 5%와 손해 배상 청구
그림 3. 세입자가 판결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 — 자료: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제6조·제6조의3, 민법 제379조·제393조

첫째, 갱신을 원하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요구하고(제6조 제1항), 거절 사유는 문자나 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받아 둔다. 갱신요구권은 한 번 쓸 수 있고 2년이 늘어나며, 보증금 인상은 5% 안에서만 청구할 수 있다(제7조 제2항). 둘째, 실거주를 이유로 거절당했다면 원래 갱신됐을 2년 동안 그 집이 다시 임대되는지 지켜본다. 셋째, 이사 갈 집을 계약했다면 계약금 액수와 잔금일을 집주인에게 서면으로 알린다. 의정부 판결에서 배상의 근거는 집주인이 그 사정을 ‘알았다’는 점이었다. 넷째, 만료일에 보증금을 받지 못하면 제3조의3의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대항력을 지키고, 늦어진 기간의 이자와 손해 배상을 청구한다.

● 이 글이 다루지 않은 것

판결문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고 사실관계와 배상액은 보도를 인용했다. 대법원 사건의 배상액 산정 근거는 보도에 나오지 않았다. 개별 사건의 배상 여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므로 실제 분쟁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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