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원짜리 집으로 65세에 주택연금에 들면 매달 151만 7천 원을 받는다. 부부 둘 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집에 그대로 살면서 받는 돈이다. 그런데 이 돈은 공짜가 아니라 집을 담보로 한 대출이다. 받은 돈에 이자와 보증료가 매달 붙는다. 지금 금리 수준(연 5.2%)이 이어지고 집값이 그대로라면, 19년 뒤인 84세 무렵 ‘갚을 돈’이 6억 원을 넘는다. 그때까지 손에 쥔 현금은 3억 4천만 원 정도다. 그 뒤로 받는 돈은 사실상 국가 보증으로 받는 몫이고, 반대로 그 전에 끝나면 남은 집값은 자녀에게 돌아간다.

이 글은 ‘수익 연재’의 집으로 받는 연금 편이다. 부부 중 한 명만 55세를 넘어도 주택연금에 들 수 있다는 영상은 218만 회, 6억 집을 가진 65세 부부가 매달 얼마를 받는지 다룬 영상은 58만 회 넘게 조회됐다. 영상들은 ‘매달 얼마’에 집중하지만, 이 글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원자료(2026년 10월 23일 확인)로 그 돈이 어떻게 쌓이고 정산되는지까지 계산했다.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집값 합계 12억 원 이하면 들 수 있다
공사 안내에 따르면 가입 조건은 세 가지다.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고, 부부가 가진 집의 공시가격 합계가 12억 원 이하여야 한다. 집이 두 채여도 합계가 12억 원 이하면 들 수 있고, 12억 원이 넘는 2주택자는 3년 안에 한 채를 팔기로 하면 된다. 아파트뿐 아니라 일반 주택, 신고된 노인복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도 된다.
중요한 점은 가입 기준과 금액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가입할 수 있는지는 공시가격으로 보지만, 매달 받는 돈은 공사가 인정하는 시세로 정한다. 아파트는 한국부동산원 시세, 없으면 KB국민은행 시세를 쓰고, 시세가 없는 집은 감정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금액은 부부 중 나이가 어린 사람 기준이다. 남편이 70세여도 아내가 62세면 62세 기준으로 받는다.
나이와 집값으로 정해진다: 65세·6억 원이면 월 151만 7천 원

월지급금 표를 보면 규칙이 보인다. 같은 65세라면 집값이 1억 원 오를 때마다 월 25만 원 남짓 늘어난다. 같은 6억 원 집이라면 늦게 들수록 많이 받는다. 55세에 들면 93만 6천 원이지만 65세에는 151만 7천 원, 75세에는 228만 7천 원이다. 앞으로 받을 기간이 짧을수록 한 달 몫이 커지는 구조다.
● 직접 계산 (6억 원 집, 가입 나이별 1년 수령액)
55세: 93만 6천 원 × 12 = 1,123만 원
65세: 151만 7천 원 × 12 = 1,820만 원
75세: 228만 7천 원 × 12 = 2,744만 원
55세에 일찍 들까, 65세까지 기다릴까
부부 중 한 명만 55세를 넘으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영상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일찍 드는 편이 나을까. 받은 현금만 놓고 비교해 보면, 일찍 든 사람은 10년 동안 먼저 받지만 매달 받는 금액이 적다. 둘의 누적 수령액이 같아지는 나이를 구할 수 있다.
● 직접 계산 (6억 원 집, 55세 가입 vs 65세 가입, 받은 현금 누적)
55세 가입: 55~65세 10년 동안 93만 6천 원 × 120개월 = 1억 1,232만 원을 먼저 받는다
65세 이후 매달 차이: 151만 7천 원 − 93만 6천 원 = 58만 1천 원
1억 1,232만 원 ÷ 58만 1천 원 = 약 193개월(16년) → 81세 무렵 65세 가입자가 따라잡는다
81세 전에 부부가 모두 떠나면 일찍 든 쪽이 현금을 더 받고, 그 뒤로는 늦게 든 쪽이 앞선다. 다만 일찍 들면 이자가 10년 더 붙어 갚을 돈이 훨씬 빨리 집값에 닿는다. 55세 가입은 퇴직 뒤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이 비는 기간을 메울 때 의미가 크다. 생활비가 급하지 않다면 늦게 들수록 한 달 몫이 커진다.
‘월 300만 원 평생’이라는 말도 이 표로 확인할 수 있다. 65세라면 12억 원(303만 5천 원), 70세라면 10억 원(307만 8천 원), 75세라면 8억 원(305만 원)짜리 집이 있어야 한다. 80세는 6억 원이면 289만 9천 원, 7억 원이면 338만 2천 원이다. 표에서 75세는 10억 원부터, 80세는 9억 원부터 금액이 더 늘지 않는다. 집값이 아무리 높아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있다는 뜻이다.
공짜 연금이 아니라 대출이다: 받은 돈에 이자와 보증료가 쌓인다
공사는 나중에 정산할 ‘연금지급총액’을 월지급금 합계, 수시로 찾은 돈, 보증료, 그리고 이 모두에 붙은 대출이자를 더한 금액이라고 설명한다. 비용 안내에 따르면 가입할 때 집값의 1.0%를 초기보증료로 내고, 매달 보증잔액의 연 0.95%를 연보증료로 낸다. 대출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COFIX에 0.85%포인트를 더한다. 이 비용은 현금으로 내지 않고 모두 갚을 돈에 더해진다.
신규취급액 COFIX는 2026년 9월 3.43%였다(디지털투데이, 은행연합회 공시 보도). 여기에 가산금리와 연보증료를 더하면 연 5.2% 남짓이다. 이 비율이 그대로 이어진다고 보고, 65세에 6억 원 집으로 가입한 사람의 갚을 돈을 계산했다.

● 직접 계산 (65세·6억 원, 월 151만 7천 원, 연 5.23% 고정 가정)
10년 뒤(75세): 받은 돈 1억 8,204만 원 → 갚을 돈 2억 4,860만 원
19년 뒤(84세): 받은 돈 3억 4,436만 원 → 갚을 돈 6억 214만 원(집값 6억 원 초과)
갚을 돈 가운데 받은 돈이 아닌 부분(이자·보증료): 약 2억 5,800만 원
집값보다 많이 받아도 자녀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여기서 주택연금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 나온다. 공사 안내에 따르면 부부가 모두 사망한 뒤 집을 팔아 정산할 때, 갚을 돈이 집값보다 많아도 상속인에게 부족분을 청구하지 않는다. 반대로 집값이 남으면 그 차액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이 규칙을 넣고 다시 보면 손익이 나뉜다. 84세 전에 부부가 모두 떠나면, 갚을 돈은 집값보다 적고 남는 돈은 자녀 몫이다. 예를 들어 10년 뒤인 75세에 정산한다면 집값 6억 원에서 갚을 돈 2억 4,860만 원을 뺀 3억 5,140만 원이 상속인에게 간다. 그 경우 부부는 집을 담보로 이자를 내며 생활비를 당겨 쓴 셈이다. 84세를 넘겨 살면 그때부터 받는 돈은 집값으로 갚지 못하는 몫이 되고, 그 손실은 공사가 진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생명표에서 65세 기대여명은 남자 19.5년, 여자 23.7년이다. 남자는 평균 84.5세, 여자는 88.7세로, 역전 나이인 84세와 겹치거나 그 뒤다. 주택연금은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해도 남은 배우자가 같은 금액을 받으므로, 부부 가운데 더 오래 사는 사람의 수명이 기준이 된다.
집값이 오르면 그림은 다시 바뀐다. 갚을 돈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오르면 역전 시점이 늦어지고 상속분이 커진다. 반대로 집값이 내려도 정액형 월지급금은 줄지 않는다. 집값 하락 위험을 공사가 지는 셈이다.
‘평생 같은 금액’은 물가만큼 줄어든다
정액형은 처음 정한 금액이 평생 바뀌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져도 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물가가 오르면 같은 151만 7천 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든다. 국민연금은 해마다 물가만큼 오르지만 주택연금 정액형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다르다.
● 직접 계산 (월 151만 7천 원의 실제 가치, 물가 연 2% 가정)
10년 뒤(75세): 151만 7천 원 ÷ 1.02^10 = 지금 돈으로 약 124만 원
19년 뒤(84세): 151만 7천 원 ÷ 1.02^19 = 지금 돈으로 약 104만 원
그래서 주택연금을 노후 생활비의 전부로 잡기보다, 물가를 따라 오르는 국민연금과 함께 바닥을 받치는 돈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공사는 정액형 말고도 초기증액형과 정기증가형이라는 수령 방식을 함께 안내한다. 이름 그대로 초기에 더 받거나 시간이 지나며 금액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또 평생이 아니라 10년, 15년, 20년, 25년, 30년 가운데 기간을 골라 그동안만 매달 받고 거주는 평생 하는 확정기간방식도 있다. 이 글의 계산은 모두 정액형 기준이므로, 다른 방식의 금액은 공사 예상연금조회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 맞는지는 생활비가 언제 많이 드는지에 달려 있다. 70대 초반에 여행이나 활동이 많을 것 같으면 초기에 더 받는 쪽이, 의료비가 늘어날 80대가 걱정이면 금액이 늘어나는 쪽이 맞을 수 있다. 국민연금이 나오기 전 몇 년만 메우면 되는 사람이라면 확정기간방식도 비교할 만하다.
세금과 비용에서 받는 혜택
공사 안내에 따르면 가입할 때 저당권 설정에 붙는 등록면허세는 공시가격 5억 원 이하 1세대 1주택자라면 50% 감면된다(2027년 12월 31일까지). 이용하는 동안에는 연금 대출이자를 1년에 200만 원까지 소득공제받을 수 있고, 1세대 1주택자가 저당권 방식으로 가입하면 재산세 본세를 최대 25% 감면받는다(2027년 12월 31일까지). 기초연금을 받고 2억 5천만 원 미만 집 한 채만 가진 경우에는 일반 방식보다 월지급금이 많은 ‘우대지급방식’을 고를 수 있다.

가입 전에 따져 볼 다섯 가지
첫째, 공사 누리집의 예상연금조회로 내 집의 시세와 부부 중 어린 사람의 나이를 넣어 본다. 위 표는 예시이고 실제 금액은 감정 뒤 확정된다. 둘째, 집에 계속 살아야 한다. 공사는 부부가 모두 1년 넘게 집에 살지 않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면 지급을 멈출 수 있다고 안내한다. 요양원 입소처럼 공사가 인정하는 사유는 예외다. 셋째, 가입 뒤 다른 집을 사면 공사가 6개월 안에 팔라고 요청하고, 팔지 않으면 월지급금이 줄어든다. 넷째,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 일찍 가입할수록 상속분이 빨리 줄어든다는 점을 계산에 넣는다. 다섯째, 금리가 오르면 갚을 돈이 더 빨리 불어나 역전 나이가 앞당겨진다. 반대로 오래 살 가능성이 높고 집값 변동이 걱정된다면, 평생 같은 금액을 국가 보증으로 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 이 계산이 다루지 않은 것
금리는 2026년 9월 COFIX 기준으로 고정했지만 실제로는 주기적으로 바뀐다. 연보증료는 보증잔액 기준으로 단순화했다. 집값 변화, 물가, 수시인출은 반영하지 않았다.